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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하신다구요?

귀촌일기- 설거지학 개론 제1장 제1절








그다지 즐겁지 않으나 싫지는 않다.

부엌 설거지 하는 남자.


요새 세상에 그렇다고 뭐 내가 중뿔나게 페미니스트라고 자처하지 않는다.

다만, 뭇남정네들이 워낙 젖어온 마초의 원형질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탓에

사뭇 그런 쪽으로 기울어 보일 뿐이다.


나도 옛날에는 남못지 않게 그랬다.


출근이랍시고 아침 밥숟가락 드는 둥 마는 둥 집을 나섰고,

그나마 통금이 있어 총알택시가 가까스로 귀가를 돕던 시절에

까짓것 설거지가.


무턱대고 날이 간다고 미풍이 자라나지도,

달이 간다고 양속이 생겨날 리가 없다.


공로는 귀촌이다.

13년의 세월이다.





밭에서 서둘러 요즘 내가 하는 일이 늑장부리고 팽개쳐둔

작년 설거지다.

사 나흘이면 될 줄 알았는데 엿새 째, 할수록

아직 멀었다.


야콘, 가지, 토마토, 고춧대 뽑아내고... 자르고, 태우고

멀칭비닐 걷어내고,  밭갈이가 기다리는데.


결론은 역시

원론에 충실.

 




설거지학 개론

제1장 제1절


설거지는 미룰수록, 늑장부릴수록

더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