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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하신다구요?

(2043)
귀촌일기- 30년 된 '시대샤쓰'와 농삿꾼 풀 속에는 날고 기는 놈들이 더러 있어 농민에게 긴팔 셔츠에 장화, 모자는 필수다. 나도 농삿꾼이다. 비록 귀촌 10년차 풋내기지만 남들이 갓을 쓰면 나는 벙거지라도 눌러쓰야 한다는 것 쯤은 안다. 내 등줄기로 흘러내리는 땀을 보고 시원하게 짧은 소매에 티셔츠를 입지않느냐고 되레 ..
귀촌일기- 오늘은 박, 수박 따는 날 기세좋게 뻗어가는 넝쿨을 이리저리 더듬어서 박을 하나 땄다. 기다리다 아끼다가 만지작거리기만 하다가 세개 중에 제일 작은 새끼 수박 하나도 오늘 땄다. 박은 박나물이요, 수박은 비 개인 오후 한나절 눈요기다. 귀촌의 하루는 희고, 빨갛다.
귀촌일기- 과일 풍년, 무화과를 보면 안다 '꽤나 크군!' '잘 익었군!' 어제도 하나. 오늘도 하나. 갠 날도 하나. 비오는 날도 하나. 어쩜 하나씩, 매일 하나씩이다. 대문간의 무화과 나무. 반은 내가, 나머지 반쪽은 누가 먹을 가.
귀촌일기- 앞뜰 풍경 태풍이라는데. 사뿐히 비는 내리고. 나는 그림을 그렸다. 비 그치면 완성되려나. 수로가 있는 알뜰 풍경.
귀촌일기- 흑마늘 만들기 며칠 전, 그동안 안보이던 고물 전기밥솥이 거실 한쪽에 등장하기에 그런가보다 했는데 비로소 오늘 그 이유를 알았다. '한번 먹어봐요.맛이 어떤지.' 손가락으로 열심히 까더니 내 코 앞에 갖다대는 무엇이 있었다. 흑마늘이란다. 말만 들었지 안먹어보았던 거라 잠시 쭈뼛거리다 못이긴..
귀촌일기- 비와 바람, 누가 더 셀까? 웃으며 하는 농사 일도 짜증스러울 때가 있다. 안해도 될 일을 되풀이 할 때 그렇다. 그것도 하루 사이에 어제 했던 작업을 오늘 무슨 하자보수라도 하듯이 다시 한다면 무골군자가 따로 있을리 없다. 어제는, 새벽녘에 쏟아진 순식간의 폭우에 피망,들깨, 고추,토마토가 뿌러지고 쓰러졌..
귀촌일기- 우럭,아나고 낚시 시말서 낚시에서 돌아오면 잡은 고기를 다듬는 일도 내차지다. 야심한 밤에 돌아와 다시 새벽같이 일어나서 몸은 천근만근인데 절로 휘파람이 나온다면 거짓말이다. 재빨리 수습해놓지 않으면 요즘같은 여름날엔 더더욱 곤란하기에 잠결에도 마음이 급하다. 귀촌을 하고 늘어난 게 칼질 솜씨다..
귀촌일기- 귀촌 주부의 하루를 엿보다 남정네만 땀 흘리는 게 아니다. 귀촌 주부도 만만치않다는 걸 오늘 새삼 알았다. 오늘은 할매급 할매들 콩국수 대접하는 날. 우리집 안에서만 통용하는 용어이지만, '아주머니급 할매'보다 '할매급 할매'는 원로급 할매를 말한다. 가끔 한창 더울 때 이맘 때 쯤이면 콩국수 날을 잡는다.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