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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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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딴지, 돼지감자 촌스런 이름일수록 친근하고 몸에도 좋다. 푸대접을 받는건 주위에 지천으로 많기때문이다. 마른 수숫대를 지난 가을에 마무리했어야 했는데 이제서야 정리하다가 돼지감자를 무더기로 캤다. 옥수수밭에서 웬 돼지감자가 뚱딴지같이... 밭갈이 할 때 밭둑 가장자리에서 잡초처럼 무성하게 자라던 돼지감자 조각이 어쩌다 잘려 들어와 자랐던 게 분명하다. 지난해 내내 귀찮게 굴던 애물단지도 봄이 오는 길목에서 새삼 만나니 반갑다. 튼실하고 예쁘다. 흔히들 돼지감자를 '뚱딴지'라 부른다.
마주 앉아서... 귀리란 말만 들었지 친근한 곡물은 아니다. 귀리를 뻥튀기 했더니 죠리퐁 맛이 난다. 뻥 가게에서 누군가 귀리 뻥튀기를 하고서 맛을 보라기에 한 줌 받아먹은 게... 그게 단초가 되었다. 이래저래 요즘 갑자기 뻥튀기에 푹 빠졌다. 뻥 가게에 매주 한번 드나든다. 지난해 농사 지은 옥수수를 다 까먹고 다음 타자로 귀리가 된 것. 간식으로 안성마춤. 오늘도 둘이 앉아서. 무덤덤한 일상에 고소함의 파격이 일품. 낙이 별 거더냐. 80세 뻥 영감님 내외도 만나고... 귀리 뻥튀기 하러 내일 또 읍내 나간다. '세계 10대 수퍼 푸드' 중 곡물로는 귀리가 유일하다네.
해질 무렵의 영농계획 달포 전 서울 딸아이집에 갔다가 외손녀 서가에서 뽑아온 책이 몇 권 있었다. 그 중에 한 권. '씨앗'. '역사를 바꾼 위대한 알갱이'. 쌀, 밀, 감자, 고구마, 옥수수 이야기가 나온다. 이제 추위가 풀리면 맨먼저 감자를 심어야 한다. 올핸 고구마를 줄이고 옥수수 재배를 크게 늘일 참이다. 요새 갑자기 군것질 뻥튀기 옥수수에 필이 꽂혔다.
못말려, 뻥옥수수 사랑 읍내 나가 옥수수 뻥튀기를 다시 해왔다. 열흘 전 뻥튀기의 재고가 금방 바닥을 드러낸 것이다. 지난번 절반을 남겨두었던 옥수수를 걷어 거실에 두고서 어제 하루 내내 옥수수 낟알을 깠다. 뻥이란 게 그렇다. 한번 입에 대면 입이 까치러울 때까지 연신 손이 간다. 그래도 그렇지... 옥수수뻥 축 내는 저력은 단연 집사람. 추종 불허. 올핸 옥수수를 많이 심기로 했다. 한해 영농계획서는 서서히 이렇게 만들어 진다. 내일 모레가 입춘. 밭갈이 할 때가 되었다. 뻥튀기 기계에서 뻥 하며 옥수수뻥이 터져나오기를 기다리는 10 분... ... ...
밥솥을 열어봤더니... 거실에 저편 주방쪽에서 딸랑거리는 소리가 났다. 밥이 익을 무렵이면 밥솥에서 흔히 듣는 소리다. 오늘따라 고소한 옥수수 내음을 선창으로 알 수 없는 구수함의 합창. 밥솥을 열 때 와서 보라기에... 집사람의 신호에 맞춰 가보았더니 밥솥 안의 경치. 예술작품이 따로 있나... 지난 여름 내내 발걸음 재촉하며 내 손으로 재배한 작물들이다.
농사 마무리는 제때 해야... 초가을에 옥수수를 딴 뒤에 옥수수 밭을 이제서야 정리했다. 추수하는 그때그때 마무리를 한다는게 말이 그렇지 잘 안된다. 굳이 핑계를 대자면 다음 해야할 일이 눈을 부릅뜨고서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해야할 일, 뒤늦게 하면 과외 일을 하는 것 같다. 옥수수 밭 고랑에 그동안 숨어있다가 뒤늦게 나타난 검정호박 하나, 옥수수 열매 한 개... 반갑다.
땅콩을 심는 뜻은? 도내수로가 가로지르는 앞뜰. 언덕바지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들녘은 모내기 준비로 한창이다. 쓰레질하는 트랙터 엔진 소리가 한동안 숨가쁘더니 조용하다. 잘 닦아놓은 체경 같다. 모내기를 앞두고 모판을 논 가장자리에 한줄로 가지런히 내다놓았다. 어린 볏모를 대엿새 논에 적응시..
귀촌일기- 지난 여름 이야기...옥수수의 부활 시절에 바뀌면서 내내 여기저기 부산하더니 마을사람들 발걸음이 다소 여유로운 모양새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쬐끔 한가롭다. 그렇다고 농촌이란데가 어디 할 일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새들이 죄다 빨아먹었쓔." 산새들을 쫒느라 지친 아낙네는 수수알이 익어 늘어진 수숫대를 점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