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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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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일기- 귀촌의 꿈, 귀촌의 자격 땀을 흘린 뒤는 보기에도 시원하다. 오늘도 풀을 깎았다. 귀촌의 자격은 잡초로부터 나온다. 역설적이게도, 아주 역설적이게도 나는 잡초에게서 배웠다. 잡초는 나를 단련시켰다. 끊임없이 단련시킨다. 나에게 귀촌 12년의 세월, 귀촌의 역사는 잡초와의 기록이다. 오늘도 잡초와 씨름했..
귀촌일기- 참새는 들깨를 좋아해 "참새가 다 먹으유. 빨리 짤라유." 들깨밭을 지나가던 옆집 아주머니의 성화가 거세다. 아닌게아니라 참새들이 개나리 울타리, 뒤안 시눗대 숲에 진을 치고 있는 게 까닭이 있었다. "요건 참새가 다 까먹은 거래유." 새카맣게 된 들깨 가지 끝을 가리키며 설명까지 지극하다. 귀촌 10년에 모..
귀촌일기- 고추밭,야콘 밭에서...결국 사람이다 어쨌거나 심심찮게 고추가 열어준다. 서리가 내릴 무렵에 고춧대 고춧잎을 훑어서 말릴 때까지 고추는 빨갛게 연다. 일주일에 한번 쯤 고추를 따다가 가을볕에 말린다. 일년내내 우리 고춧가루는 쉬엄쉬엄 이렇게 모아둔 태양초다. 갈수록 꼬부라지고 못생긴데다 자잘하지만 고추의 매..
귀촌일기- 귀촌은 땀이다,농사에 연휴는 없다 우리 선조들은 농사를 어떻게 지었을 가. 척박한 황무지를 어떻게 개간하였을 가. 괭이와 호미가 농기구의 전부였다. 오로지 맨손으로 농사를 지었을 것이다. 두 이랑의 밭을 가꾸면서 생각했다. 예취기를 들고 땀을 흘렸다. 사흘 동안 잡초를 걷어내고 땅을 파서 배추,무,열무,쪽파를 심..
귀촌일기- 추석맞이 마을 미화작업하다 추석맞이 미화작업일이다. 해마다 이맘 때 쯤이면 마을 들머리에서 안마을까지 1킬로 남짓 되는 도로를 단장한다. 가가호호 한사람씩 나와서 새벽시간을 이용하여 공동 풀베기 작업을 하는 것이다. 예취기 부대가 길 양쪽의 잡초를 앞장서 베어 나가면 빗자루 부대가 뒤따르며 말끔히 쓸..
귀촌일기- 귀촌이란? 앞뜰이 온통 초록 물결이다. 바닥을 드러냈던 수로에 온 듯 안온 듯 그래도 짬짬이 내린 비로 반짝반짝 물비늘이 보인다. '무화과도 하나 익었군!' 어쨌거나 읍내 나들이가 연거푸 있었던 지난 며칠이었다. 귀촌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인총이 서로 부딪치는게 얼마나 피곤한 가를 새삼 알..
귀촌일기- 예초기 타령 내가 가지고 있는 장비 중에 제일 덩치 큰 중장비가 예초기라면 웃을 일이다. 늦깎이로 올해 들어 처음 가동했다. 예년에 없던 곡괭이의 맹활약으로 굳이 예초기 쓸 일이 없었던 것이다. 어디까지나 그 건 표면상 이유다. 예초기를 처음 가동할 때는 언제나 신경이 곤두선다. 첫 가동에 시..
귀촌일기- 오늘은 옥수수밭, 잡초에게 본때 보이다 귀촌? 귀촌은 잡초이다. 한마디로 이렇게 말하고 싶다. 어제도 잡초, 오늘도 잡초, 내일도 잡초. '너, 잡초 맞냐?' 아무말 없는 걸 보니 잡초다. 돌아다보면 어느새 솟아 있다. 잡초는 친구가 될 수 없다. 잡초는 기다려서 해결되지 않는다. 단칼에 결말이 나지도 않는다. 풀섶에 노니는 풀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