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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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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 풀깎기...아직 여름 장마를 핑계로 마당에 잡초를 한 달여 방치해 두었더니 제 난양이다. 너무 웃자라 오늘은 초벌을 깎고 내일 다시 마무리를 해야겠다. 예취기를 들어보니 아직 여름은 가지 않았다. 해거름인 데도 덥다. 땀난다.
잡초 본색 동쪽 솔밭에서 떠오르는 아침 해. 게다가 바람 한 점 없다. 마당에 감나무 느티나무, 이파리 하나 까딱 않는 무풍지대. 장마전선이 멈칫하는 사이에 아침 눈부신 햇살은 찜통의 하루를 예약한다. 덥다고 손을 놓을 수 없는 일상이 농부다. 불볕더위 오뉴월에 그나마 시원한 아침에 맨 먼저 하는 일과는 예취기를 드는 일이다. 엔진소리 드높이며 오늘도 잡초를 깎았다. 가뭄 때는 쥐죽은 듯 땅에 엎드려 있었다. 몇차례 장맛비에 제 세상을 만났다. 애씨당초 제초제를 뿌리지 않는 이상 예취기가 약이다. 기세 등등한 잡초를 예취기 칼날이 단숨에 제압한다. 모난 놈이 정 맞는 꼴이다. 이런 부류들이 어디든 존재한다. 인간세계라고 예외는 아니다. 생존본능의 아사리판에 때로는 끈기의 상징으로 미화되기도 하나 가까이 하기엔 잡초..
기선 제압 강풍을 동반하는 폭우를 전망한 기상대 예보완 달리 간 밤에 비는 비교적 얌전하게 지나갔다. 봄 가뭄 해갈에 도움이 되었다. 신발이 질척거려 밭에 내려가긴 어정쩡하고 이럴 땐 할 일이 있다. 기선을 제압해야 한다. 이번 비로 기세등등해진 잡초다. 마당에 잡초를 깎았다. 올 봄 들어 첫 풀깎기다. 올 한해 동안 쉬임없이 해야 할 일이다. 한바탕 예취기 소리가 지나가면 깔끔해진다.
비가 온다기에... 예취기 시즌 개막 봄 가뭄. 그동안 가물었다. 모내기 앞둔 앞뜰 논 임자건 마늘밭 감자밭 밭 주인이건 다들 비소식을 기다렸는데 비가 온단다. 우리집 부추밭도 봄철 햇살에 이파리 끝이 마르고 억세어졌다. 일단 깎아주고 나면 새 싹이 다시 돋아난다. 오늘 예초기로 이발을 해주고 퇴비를 듬뿍 뿌려주었다. 오늘 밤새 꽤나 많은 비가 내린다기에. 반가운 마음에 서둘러... 이번 비가 한바탕 지나가고 나면 마당에 풀들이 의기양양 얼마나 자랄지? 이제부터 잡초와 한바탕, 예취기의 시즌 박두. 바쁘게 되었다.
잡초,잡초... 첫 풀깎기 갓 돋아난 풀 내음이 싱그럽다. 잘라낸 잡초에서 봄 햇살을 받은 지열과 함께 피어 오르는 풀냄새가 풋풋하다. 농사에서 잡초는 깎아야 하는 것. 올 봄 들어 잡초 제거 첫 풀깎이다. 양파, 마늘밭 주위를 정리했다. 비로소 농사철 실감이 난다. 가을까지 예취기를 얼마나 들어야 할지?
마지막일까? 가을해가 갈길이 바쁘다. 내려다보면 앞뜰은 여섯시 반이면 벌써 햇살이 퍼진다. 먼저 마당에 풀을 깎았다. 딱히 서둘러 해야할 일이 없다싶으면 하는 일이다. 올해 마지막 풀깎이가 될가?
해바라기같은 놈? 마늘과 양파 뽑아낸 동밭이 잡초로 뒤덮혔다. 예취기가 효자다. 잡초를 잘라냈더니 시원하다. 옆집 밭과 경계선에 심었던 해바라기가 비로소 돋보인다. 예취기 작업을 할 때마다 일과 운동의 상관관계를 떠올린다. 일이냐? 운동이냐? 단순작업이 그렇다. 해바라기는 해를 등지고 꽃이 핀다. 양지만 쫒는 기회주의자 아니다. '해바라기같은 놈'이란 말을 해바라기가 들으면 심히 억울해 할만하다.
괭이밥이렸다 마당은 온통 괭이밥 천지다. 고장이 나서 읍내 수리 가게에 맡겨놓은 예초기가 며칠 뒤 돌아오면 이 놈들의 운명은... 지금은 꽃이지만 어느날 잡초로 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