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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일기- 박은 익어가고 매일같이는 아니라도 2, 3일에 한번은 밭에 내려가야 한다. 채마밭은 발길을 소홀히 할 수 없다. 자라서 익어가는 녀석들을 따 오는 것도 오는 거지만 물을 줘야 하기 때문이다. 장마라더니 비 한방울 구경할 새 없이 가물다. 불볕에 작물들이 탄다.
귀촌일기- 박 수난시대 박이 자라면 무거워진다는 걸 알면서도 미적대다가 떨어져 깨진 적이 한 두 번인가. 올해도 하마트면... 수박 비닐끈에 담아 조용히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매달아 주었다.
귀촌일기- 처마 밑에 박 4대 어째 박이 안열리나 노심초사 기다렸는데 과연 올해도 열렸다. 마당에 모종을 심은 박이 줄을 타고 올라와 처마 밑으로 줄기가 뻗어와서는 현관문 앞에서 박이 열었는데, 해마다 크기는 다를지언정 희한하게도 마치 내가 지정한 것 처럼 비슷한 자리여서 따지 않고 그대로 두었더니 고만..
귀촌일기- 박, 사랑의 이벤트 칠월 칠석이 가깝다. 해마다 우리집 추녀 밑에서 이벤트가 하나 있다. 박의 만남이다. 양쪽에다 심어 제각각 자라온 두 박 넝쿨이 연리지로 첫 상면을 하는 것이다. 이맘 때 이벤트다. 귀촌의 즐거움 중에 최고봉이다. 올핸 5월 4일 박 모종을 심어 7월 3일 해후했다. 만났으면 다시 제 갈길..
귀촌일기- 박꽃은 밤에 핀다 호박꽃은 낮에 핀다. 박꽃은 해질 무렵에 피어 내내 밤에 핀다.
귀촌일기- 당신 친구도 내 친구 굴을 따랴 전복을 따랴 서산 갯마을처녀들 부푼 가슴 꿈도 많은데요놈의 풍랑은 왜 이다지 사나운고사공들의 눈물이 마를 날이 없구나 서산 갯마을 하면 이젠 가로림만이다. 한때 천수만 갯마을을 기중 쳤으나 정주영 회장 이름과 함께 건설된 천수만 방조제를 끝으로 구도항 일대의 가..
귀촌일기- 비로소 가을맛이 난다 이미 따다가 마당에서 딩굴고 있던 호박을 현관 앞으로 줏어 올리고 하우스 옆에 박도 줄기가 말랐기에 선걸음에 따서 옮겨다 놓았다. 중국으로 빠진 태풍 메기의 여파로 곧 큰 비가 온단다. 주섬주섬 눈에 보이는 일부터 손과 발이 분주하다. 석류가 갈라져 터지기 시작했다. 아침에 아..
귀촌일기- 한양길에서 돌아오다 한 해가 가고 두 해 가고 어느듯 농촌의 서정에 물들고 귀촌의 정서에 젖었는 지 그렇거니 하면서도 눈 앞에 전개되는 서울 강남의 풍경은 갈수록 위압적이고 갑갑하다. 어지간해서는 행차를 안하기로 마음을 두었으나 그래도 소중한 만남에야 술병 하나 꿰차고 떠나는 기분은 늘 알싸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