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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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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감 역시 가을은 노랗다. 감이 그렇다. 가을은 감이다. 평석에 걸터앉아서 감을 깎는다. 새하얀 감똘개가 엊그제께, 풋감이 떨어져 나딩굴던 그날이 어젠데. 서리 내리고 이제사 샛노란 단감이려오. 연하디 연해 손끝에 절로 부서진다. 하, 이 녀석이 먼저 달겨드네. 눈 깜짝할 새 단감 껍질을 다먹어치웠네..
구름이 흘러가는 곳
덥다 삼복이다. 오락가락 장마가 물러나자 태양이 머리 위에서 작렬한다. 동쪽 처마 끝에 비치는 햇살에서 오늘 하루가 짐작된다. 찜통더위다. 인삼포 지나 논길을 따라 걷는다. 아침이슬에 가랑이가 젖어도 새벽 산보는 삽상하다. 아침나절이 바쁘다. 열시까지 댓시간 동안 걷어내고 뽑아내고 정리한다. ..
몽산포 축제 해거름 느지막이 나선 길이다. 태안읍을 비껴 지나 안면도로 가다 오른편으로 살짝 돌아들면 바로 몽산포다. 원색이 넘실대는 몽산 백사장은 오붓한 가족들과 청춘들로 넘친다. 희희낙낙 시끌벅쩍 사람 냄새가 물씬 난다. 그래서 여름이 좋다. 드넓은 해수욕장 한가운데 깃발이 모였다. 서해 갯바람이..
삼복 일기 삼복에 두어 달 만에 두 녀석이 나타났다. 여섯살과 세살이라 다들 말귀는 알아 들어서 이젠 같이 노는 재미가 있다. 빽빼기가 처음에는 유세부리며 정신없이 짖어대더니 이내 친해졌다. 어린이 교실을 하루 빼먹고 온 터라 보충수업이라 생각하며 내나름의 이런저런 준비된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가..
농부사시사 도내. 알만 한 사람은 안다. 겨울. 눈 내리고 봄. 꽃 피고 여름. 비 바람 치고 가을. 거둔다. 또 겨울. 눈 내리고 봄. 꽃 피고 여름을 지나 가을. 또 거둔다. 봄 여름 가을 겨을을 누가 모르랴.
왜 진작 몰랐을고 빽빼기가 온 지 한 달되었다. 아파트에 살던 녀석이었다. 기념 선물로 주택을 마련해 주었다. 느티나무 밑에 갖다두었지만 입주는 안 한다. 그저께부터 비가 내렸다. 비를 맞으면 설마 들어가겠지 하고선 그대로 두어보았다. 밤중에 내다보니 비를 맞고 그대로 있다. 하는 수 없이 '그래, 내가 졌다.'하..
지고 피고 지고... 어제 오후부터 내내 비가 왔습니다. 우장을 한 집배원이 마당까지 들어와 우편물을 직접 전해줍니다. 모두 정성입니다. 오늘은 새벽부터 바람이 붑니다. 시도 때도 없이 바람이 불긴 부는 철입니다. 개나리 남은 꽃잎이 정신없이 흩날립니다. 대문간 동백도 떨어진 거나 달려있는 거나 비슷합니다. 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