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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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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일기- 가을은 아직... 햇살은 여기에 비 온 뒤의 햇살이 곰살맞다. 가을은 아직... 햇살 받은 고추는 붉게 탄다. 밀짚모자는 쉬고싶다.
이 맛을 아시나요- 찐 옥수수와 가지김치 올해 가물다가물다 했어도 줄창 비가 왔던 지난 해완 달리 옥수수가 잘 영글었다. 지금 옥수수가 제 철이다. 더 익으면 야물어 쪄서 먹기엔 맛이 덜하다. 밭에서 매일 몇 개씩 따다 먹는다. 말랑말랑한 옥수수의 구수한 그 맛. 산새들이 쪼아먹은 그게 더 맛있다. 가지가 또 한철이다. 장마..
귀촌일기- 동네 아줌마들과 초복, 닭백숙 파티 태풍 전후의 날씨란 후텁지근하고 후줄근하다. 딱히 할 일이 없을 때가 이럴 때다. 궂은 날씨를 피해 옆집은 며칠째 씨마늘을 준비한다. 곧 마늘을 심을 철이 닥아온다. "어서 와유." 카눈 태풍으로 부러진 토마토 대를 묶어주고 있는 나를 손짓하며 부른다. 옆집에 몰려와 씨마늘을 까던 ..
귀촌일기- 시골길 어느 노부부의 향기 어제 태안읍내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인평리 시골길이다. 앞서가던 마을 버스에서 내린 노부부가 내차 앞을 지나간다. 미수는 넘긴 연세다. 팔봉산 쪽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는 뒷모습이 갓 길러온 우물물 만큼이나 시원하다.
태안읍내 어느 음식점의 '싸가지' 읍내 나가 점심밥 때가 되면 이 집으로 간다. 단골집이다. 몇년 전 색동 미술학원의 이완규 원장을 따라 우연히 가게 되었다. 어느날 다시 갔더니 앉을 자리가 없어 돌아나왔다. 또 다른 어느날 들렀는데 여전히 툇자를 맞고 돌아섰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조금 일찍 가거나 조금 늦게 ..
귀촌일기- 파란 도라지꽃, 내일은 몇송이나 피려나 능소화 휘늘어진 사이로 해가 졌다. 초저녁부터 개구리는 목청을 가다듬는다. 모내기 할 무렵에 밤새 그토록 울어대더니 한동안 뜸했다. 소리도 묻히는지 들짐승,산새 쫒는 콩밭 대포소리가 오늘밤에는 들리지 않는다. 포강 계곡을 타고 올라오는 개구리의 합창이 비로소 청아하다. ..
손 들어 보세요, 이 맛 아는 분- 풋가지의 맛 해마다 봄이면 가지 모종을 심으며 혼자 상상하는 게 있다. 바로 이맘 때가 제철이다. 자주빛 가지 특유의 색갈. 가지색이라 부른다. 쪼개면 뽀얀 속살. 야들야들 보들보들 애리애리한 감촉. 뽀드득뽀드득 입안에서 나는 소리. 풋풋하다. 손가락 길이만 한 새끼 가지. 그 옛날 그 시절의 추..
비 온다는 말, 정말이야? 비, 장마가 지기 전에 감자부터 캐야 한다. 비, 장마가 오기 전에 고구마 순을 놓아야 한다. 비 온 다음에는 땅이 굳어져 힘이 더든다. 제주도 근처에서 장마전선이 오락가락 한다는 말을 들었다. 하긴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장맛비다. 나 뿐만 아니다. 밭에 너부러져있는 양파도 거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