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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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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일기- 귀촌이란 무엇인가 물 논 갈무리하는 트랙터 소리가 하루종일 코앞에서 들려온다. 뙤약볕에 돌아앉아 김매기하는 여인들의 손길도 바쁘다. 집 뒤로 경운기 소리가 이어진다. 하나같이 아낙들은 얼굴이 벌겋게 익었고 남정네들은 이미 새카맣게 탔다. 어쩌다 내 얼굴을 오늘 보니 많이 타긴 탔다. 열흘 전까..
귀촌일기- 모내기 모판작업의 을매기 간사지에서 포강 계곡을 따라 올라오는 개구리 소리는 초저녁부터 드높았다. 꼬빡 밤을 새워 새벽까지 그침이 없다. 마치 패션쇼를 보는듯 꽃들의 경연으로 서서히 시작한 4월은 개구리들의 합창이 숨가쁜 절정을 이루며 이렇게 또 지나갔다. 한낮 4월의 마지막 날은 그래서 무척 더웠다...
귀촌일기- 들쥐의 소행 하우스 안에서 이렇게 잘 자라던 모종판을 밤 사이에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았다. 옥수수 모종과 호박 모종을 쥐들이 먹어버렸다. 파릇파릇 돋아나는 새싹이기에 부드럽고 달작지근했을 것이다. 겨울동안 땅밑에 묻어둔 저장무를 파먹은 적은 있으나 모종판을 헤집어놓은 건 처음이다. ..
귀촌일기- 귀촌은 땀이다 오늘 비닐하우스 안에 걸린 온도계는 맨 끝 50도에 멈추었다. 더 오를 수가 없다. 양쪽 문을 열어둬도 30도다. 그저께는 서리가 내렸다. 아주 두터운 뭇서리였기에 새벽에 고사리 꺾는데 손이 시렸다. 옆 집 박 회장집 고추모종이 결딴났다. 모종자리에 이중으로 보온 덮개를 덮어줘야 했는..
귀촌일기- 청보리밭 축제 가시거든 보리밭. 한 알의 보리가 되기 위해 소리없는 산고가 있었다. 보리밭 지나시거든 혹시 청보리밭 축제 가시거든 한 그릇 보리밥 드시거든 아픔과 기다림을 생각하자.
상치밭 하우스 안에 적상치 모종이 한껏 자랐다. 중간밭 끄트머리에 자투리 땅이 있어 아침나절에 미리 퇴비를 붓고 흙을 잘 골라두었다. 햇살이 따가운 대낮을 피해 저녁무렵에 모종을 옮겨심었다. 서둘러 마치고나니 해는 뉘엿뉘엿 이화산을 넘어가고 있다.
귀촌일기- 하늘도 보고 땅도 보고 발길을 떼는 곳 마다 야생초들이 발밑에서 한껏 재잘거린다. 저들 만의 몸짓으로 저들 만이 아는 말투로... 요즘 땅 만 보다가 오늘 아침에 하늘을 보았다. 느티나무 가지에도 봄이 촘촘이 달렸다. 이 어린 새싹이 어느새 신록이 되고 녹음이 우거져 삼복의 염천에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
귀촌일기- 햇고사리(2) 고사리밭에 출근하다 첫 일과. 고사리밭 출근이다. 출근이라야 비닐봉지 하나만 들고 가면 된다. 고사리밭은 우리집에서 서쪽으로 길어야 30초 거리의 비탈진 야산이다. 작년에 걷어낸 마른 고사리 검불더미가 그대로 있다. 씨가 떨어져 그 사이에서 햇고사리가 돋아난다. 아직 때가 일러 빨리 쑥쑥 자라지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