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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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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벼농사 모내기철이 지난 얼마 전, 논두렁에 버려져있길래 가져왔다며 모를 쪄 남은 벼모종 한다발을 집사람이 들고왔다. 처음에는 귀찮아 퇴박을 주었으나 그게 아니다싶어 마음을 바꾸었다. 몇 년동안 꽃을 잘 피우던 수련이 작년부터 감감무소식인 수련화분이 마침 두개가 있었다. 홍성 갈산토기에서 가져..
개밥바라기 별 낮에는 폭염주의보, 밤중에는 열대야. 초저녁에 이미 상현달이 떴습니다. 여름밤 하늘에 처마 끝에 노니는 달이 한가롭습니다. 그 시간, 서쪽 하늘에 반짝이는 별 하나. 아, 개밥바라기별. 내일 아침에는 샛별로 동쪽 하늘에서 다시 만나겠군요. 개밥바라기 별을 보고 개밥을 주는건지, 개가 별 뜨기를 ..
저녁 한때 마을 풍경 마을 한가운데 늙은 팽나무 끼고도는 높다란 공터는 동네 사랑 마당이다. 한낮에는 코끝도 보이지않더니 저녁놀 등에 지고서야 슬슬 모여든다. 손에 든 부채는 심심풀이 각다귀 퇴치용이다. 도통 바람기 한점 없다가 해 넘기니 간사지 논두렁 넘어오는 마파람이 살아난다. 수박도 있고 소주도 있고... ..
일상 열시 이후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흐릿하던 하늘에서 그 때부터 햇살이 살아난다. 오늘도 이마 벗겨지겠다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간사지 너머 산등성이 흰 뭉게구름에 하늘 가운데는 이미 쪽빛이다. 오늘은 여덟시부터 동밭의 잡초를 맸다. 가지, 토마토, 들깨가 있다. 열흘 전에 매줬는데 어림없다...
콩국수 한그릇 더울 땐 국수가 좋다. 어름 띄운 콩국수가 시원하다. 한나절 검은 콩을 불리고 갈고 끓이는 과정이 번잡하나 먹기는 잠깐이다. 오늘은 동네 할머니 몇 분이 자리를 같이 했다. 버갯속 할머니, 옥향할매, 병찬할매, 광태네 엄마다. '거, 맛있네. 읍내서 사먹으먼 이런 맛이 안나.' 하긴 오이채에 토마토, ..
덥다 삼복이다. 오락가락 장마가 물러나자 태양이 머리 위에서 작렬한다. 동쪽 처마 끝에 비치는 햇살에서 오늘 하루가 짐작된다. 찜통더위다. 인삼포 지나 논길을 따라 걷는다. 아침이슬에 가랑이가 젖어도 새벽 산보는 삽상하다. 아침나절이 바쁘다. 열시까지 댓시간 동안 걷어내고 뽑아내고 정리한다. ..
몽산포 축제 해거름 느지막이 나선 길이다. 태안읍을 비껴 지나 안면도로 가다 오른편으로 살짝 돌아들면 바로 몽산포다. 원색이 넘실대는 몽산 백사장은 오붓한 가족들과 청춘들로 넘친다. 희희낙낙 시끌벅쩍 사람 냄새가 물씬 난다. 그래서 여름이 좋다. 드넓은 해수욕장 한가운데 깃발이 모였다. 서해 갯바람이..
더덕 꽃 하마트면 이 꽃을 놓칠뻔 했다. 오이 밭을 정리하다가 옆에 이리저리 줄기를 뻗고있는 더덕 군락 사이에 보일듯 말듯 눈에 띄었다. 덩쿨이야 애당초부터 무성했지만 끝내 이처럼 꽃이 피는 줄은 몰랐다. 아른한 연보라빛 색깔에다 아래로 숙인 꽃머리가 초롱을 닮았다. 더덕꽃은 처음이다. 더덕이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