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름(夏)

(100)
천리포 수목원, 만리포 해수욕장 우체부가 던져주고 간 천리포 수목원 회원지 여름호를 보자, 갑자기 천리포 만리포 생각이 났던 것. 여름이 가기 전에 한번 다녀와야지 하며 집을 나섰다. 차로 달려 기껏 30분 거리. 만리포와 천리포는 느릿한 고갯마루 하나를 사이에 둔 지척. 천리포 수목원의 나무그늘은 시원했고, 만리포 해변은 그런대로 북적거렸다.
기다리는 마음, 달맞이꽃 마당 가생이에 한 그루 달맞이꽃. 열대야에 지쳤나, 새벽의 달맞이꽃. 불볕 햇살에 축 늘어졌다. 오늘이 입추. 이레 뒤 칠월칠석.
익는다는 것 파프리카가 하루가 다르게 발갛게 빨갛게 착색에 들어갔다. 제모습을 찾아가며 보기좋게 익는다. 맛이 든다. 바로 옆에선 토마토가 탄다. 내려쬐는 햇살에 토마토가 익어버렸다. 화상을 입었다. 삼복 땡볕, 역시 무섭다.
능소화 지자 백일홍 핀다 흐드러지게 피었던 능소화는 송이째로 낙화되어 속절없이 졌다. 이젠 몇 닢 남기고 댕그러니 박 만 남았다. 능소화 가지를 타고 박 넝쿨이 기어올랐던 거다. 서편 울타리 끄트머리에 배롱나무에 어느새 빨간 기운이 돈다. 백일홍이다. 능소화 지자 백일홍이 핀다. 얼커렁설커렁 순리대로 어우러지는게 자연이다.
7월, 여름이라는 이름으로 오늘 무척 덥다. 뒷문을 처음 활짝 열었다. 바닷가 쪽에서 불어 들어오는 바람이 앞창으로 관통하면서 한결 시원하다. 칠월이다. 어제까지는 유월. 하룻새 이렇게 무더위라니. 계절로 여름이다. 사람은 간사하다. 염량세태가 허사가 아니다.
아침 산봇길에 만난 靜中動 모내기를 한 후 달포가 되면 물빼기를 하여 논 바닥을 말린다. 벼 뿌리에 산소 공급을 하므로서 뿌리를 잘 내리도록 하기위해서다. 논은 물을 끌어다 채우기를 반복한다. 물꼬 소리가 졸졸 한가롭다. 이웃집 하우스 안. 장마통에 바쁜걸음 치며 베다 놓은 참깨를 말리는 선풍기. 밤을 새워가며 숨가쁘게 요란하다.
처마밑에 박넝쿨 이제야 여름 맛이 난다... 5월 초순이었다. 추녀밑에 밑빠진 독에다 박 모종 하나를 심었더니 100일이 지난 지금, 거실 앞 창가에 햇살 가리개가 되었다. 긴 장마와 폭풍우도 견뎌냈다. 다만, 박이 열리지 않아 섭섭하다.
사과 맛에 푹 빠진 표범나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