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한가운데 늙은 팽나무 끼고도는 높다란 공터는 동네 사랑 마당이다.
한낮에는 코끝도 보이지않더니 저녁놀 등에 지고서야 슬슬 모여든다.
손에 든 부채는 심심풀이 각다귀 퇴치용이다. 도통 바람기 한점 없다가 해
넘기니 간사지 논두렁 넘어오는 마파람이 살아난다.
수박도 있고 소주도 있고...
안주라야 별거 있나. 열무김치, 꼴두기젓갈,
오늘은 호박죽도 있네.
"이리 오슈."
왔던 사람 지나가고 지나가던 사람 멀리서 다가온다. 어딘가에서 술이 더
나오면 판이 어우러진다.
울고넘는 박달재, 찔레꽃, 꿈꾸는 백마강.... 때가 되면 절로 노래가 나온다.
도내의 하루는 이렇게이렇게 저물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