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歸村漫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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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일기- 고추밭,야콘 밭에서...결국 사람이다 어쨌거나 심심찮게 고추가 열어준다. 서리가 내릴 무렵에 고춧대 고춧잎을 훑어서 말릴 때까지 고추는 빨갛게 연다. 일주일에 한번 쯤 고추를 따다가 가을볕에 말린다. 일년내내 우리 고춧가루는 쉬엄쉬엄 이렇게 모아둔 태양초다. 갈수록 꼬부라지고 못생긴데다 자잘하지만 고추의 매..
귀촌일기- 나는 농민이다. 태양초와 토란탕 바다낚시 한번 갔다오면 일이 확 밀린다. 내 사정을 봐가며 미리 약속하는 낚시가 아니라 당일 몇 시간 전에 갑자기 연락이 오는 통에 이걸 어쩌나 잠시 생각을 하지만 한번도 낚시를 거른 적은 없다. 어제만 해도 그렇다. 무씨를 한창 넣고 있는데 박 회장이 '오늘,뭐 할껴?' 하고 전화를 ..
귀촌일기- 돈,돈이란 무엇인가? 모종시장이 섰다. 김장배추 모종이 나오기 시작했다. 한 판에 8.000원. 덩달아 안오르는 게 없는데 작년 그 값에 안도하며 꼬깃꼬깃 접고 접어 볼끈 쥐고 온 만원짜리 한장을 선뜻 내놓는 손길로 보아 흰머리 할머니 얼굴이야 보나마나 절로 활짝 펴였다. 단골 모종아지매의 전대는 착실히 ..
귀촌일기- 박 응급조치, 사람들은 왜 재감이 없을까 대박감이라고 기대를 걸었던 박이 제 무게를 이기지못해 하루아침에 떨어져버렸던 일이 한달 전이다. 소 잃고 외양간은 고쳐야겠기에 땀깨나 흘리며 나머지 박의 안전점검과 대비를 강구했었다. 비슷한 실수를 아무렇지도 않게 되풀이하는 걸 가리켜 재감없다고 한다. 표가 우수수 떨어..
귀촌일기- 미꾸라지 통발, 헛다리 짚었다 오늘은 미꾸라지 통발 걷으러 가는 날. 엊그저께 놓은 통발이다. 언제나 그렇지만 특히나 첫 통발은 한껏 부푼 기대에 발걸음이 더 빨라진다. 하루가 다르게 초가을의 정취가 들녘에 몰려든다. 통발 다섯을 건졌더니 셋은 맹탕이다. 헛다리 짚었다는 얘기다. '허허,지대로 잡아보슈!' '야,..
귀촌일기- 어제는 파스타, 오늘은 라면 1박2일 한양길을 되돌아 내려오는 시간이 어중간하여 비 내리는 산길을 달려서 찾아간 곳은 국립 현대미술관이었다. 몇 년 전인가 큰맘 먹고 한번 간다고 간 게 휴관하는 월요일이라 쓴 입맛만 쩍쩍 다시며 발길을 돌린 적이 있는데 어쨌거나 초행이다. 개관할 때부터 갑론을박이 무성했..
귀촌일기- 백일홍, 창밖에 비는 내리고 백일홍 화촐랑 알 사람은 다 안다. 화단 한켠은 백일홍이 차지할 정도로 흔하디 흔하다. 화초가 아닌, 벡일홍 나무를 여기 충청도에 와서 처음 알았다. 배롱나무라고도 부른다. 가로수가 온통 백일홍 나무인 곳도 더러 있다. 구불구불한 나무 가지도 가지려니와 가지 마다 뭉실뭉실 샛빨..
귀촌일기- 태양초 입추가 지났느냐 귀뚜라미 소리 들려온다 마당엘랑 자리 펴고 태양초 장만하소 농가월령가 8월령 어디 쯤에서 나올 법한 한자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