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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일기- (20) 담배 담배 (20회) “요걸 안하머... 심란해서 아무것도 못히여.” “............” “난, 술은 안 먹어. 근디... 담배는 해야혀.” 영감의 심기가 불편했다. 술 안먹는 걸 강조한 다음 담배 이야기가 나오면 틀림없이 마음이 심란한 날이었다. 지난 설날에 담배를 들고 영감님 댁에 인사를 갔다. 명절..
귀촌일기- (19) 홀씨 홀씨 (19회) 오월의 아침은 한 낮이나 다름이 없었다. “형철씨 있남?” 바깥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내 이름을 부를 사람은 도내에서 버갯속 영감뿐이다. 현관문을 열자 역시 영감이었다. “허허, 있네그려. 원제 왔다나?” 대답할 사이도 없이 영감은 난초 묶음을 불쑥 내밀었다..
귀촌일기- (18) 원죄 원죄 (18회) 마늘을 시작으로 양파, 감자, 양배추, 단호박, 땅콩, 고추, 고구마, 배추, 무, 참깨, 들깨, 서리태, 완두콩, 강낭콩, 생강이 도내에서 생산된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일 년 열두 달 쉴 사이 없이 갈고 심고 거둔다. 집 바로 아래 터 삼백 여 평에 감자를 심었다. 이곳 팔봉 감자는 유..
귀촌일기- (17) 각방(各房) 각방(各房) (17회) 포도나무의 움이 몽실몽실 부풀었다. 지주의 전선줄을 따라 줄기가 힘차게 뻗어나갔다. 겨우 내 깻묵과 겨를 섞어 묵혔던 거름을 이른 봄에 듬뿍 주었다. 내 정성을 알아본 듯 송알송알 포도송이가 탐스럽게 달렸다. 하루가 다른 양이 눈에 넣어도 아프지않을 만큼 귀여..
귀촌일기- (16) 똥 똥 (16회) 농사는 시절을 다투었다. 곡우, 망종에 뿌리고 백로, 상강에 거둔다. 동네 사람들의 잰 발걸음에 나도 맘이 바빠졌다. 외지인 땅도 놀리지 않았다. 하물며 내 땅이야. 동네 사람들의 눈이 있어 조바심이 났다. 초보 농사꾼으로 의욕이 넘쳤다. 잡히는 게 일거리고 보이는 게 할 일..
귀촌일기- (15) 갓 끈 갓 끈 (15회) 사람들은 우리 집을 ‘황토집’이라 부른다. 내 이름은 몰라도 인근에 ‘도내리 황토집’으로 알려졌다. 도내리 황토집. 부르기 편하고 듣기 좋으면 다 좋다. 벽돌을 쌓는 일만 집을 짓는 게 아니었다. 이웃 간의 유대는 터전이자 기초였다. 동네 사람들과 어울리는 횟수가 날..
귀촌일기- (14) 유천희해 유천희해 (14회) “근디... 조게 무언겨?” 낚시 이야기를 하다말고 영감이 갑자기 일어섰다. 영감이 발견한 건 큰 방과 작은 방 사이에 걸린 그림이었다. 영감은 그림 앞으로 다가가더니 위아래를 훑으며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허허, 종이가 아니네그려. 워디서 나온겨?” “종이가 아니..
귀촌일기- (13)석전 석전 (13회) 나는 마당에서 톱 일을 하고 있었다. 봄에 심은 포도나무 다섯 그루가 가지를 더 뻗기 전에 지주를 세워줄 요량으로 나무 막대의 길이를 재서 잘랐다. 그동안 한다한다 하면서 미루어 왔던 일이었다. “허허, 오늘 뭐하남?” 버갯속 영감이었다. 목소리가 경쾌했다. “어이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