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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일기- (12) 자유인 자유인 (12회) 그야말로 화창했다. 봄기운이 아침부터 나긋나긋 온몸에 부딪쳤다. 나는 겨우내 닫혀있었던 문을 모두 활짝 열어젖혔다. 모처럼 용상에 앉아 구도 항을 바라보았다. 소나무로 뒤덮인 당섬이 처녀 젖꼭지처럼 봉긋했다. 구도 항 사이로 오밀조밀 고깃배들이 그대로 한 폭의 ..
귀촌일기- (11)척사대회 척사대회 (11회) 정월 대보름날이었다. 어민 회관에서 척사(擲柶)대회가 열렸다. 세시풍속으로 해내려온 마을잔치였다. 최근에 시들했다가 오래 만에 열리는 윷놀이라 사발통문으로 분위기를 띄웠다. 윷놀이를 언제 해봤는지 나는 까마득했다. 대회에 꼭 참가해 달라는 기별이 무엇보다 ..
귀촌일기- (10)정 정 (10회) 버갯속 영감과 대화는 주거니 받거니 아기자기한 맛은 없다. 영감이 주로 말하고 나는 듣는 편이다. 영감의 표현대로 영감은 ‘귀먹쟁이’이다. 귀에 바짝 갖다 대 소리를 크게 내야 한다. 두 팔은 물론 때로는 온 몸을 동원한다. 희한하게도 전화 통화는 거의 다 알아듣는다. 나..
귀촌일기- (9)악우 악우(惡友) (9회) “나, 얼릉 가야 헌다니께...” 버갯속 영감이 숨 가쁘게 말했다. 선걸음에 갈 참이었다. 손에는 달랑 호미 한 자루를 들었다. “오늘 말이여. 지슴매야 허거덩...” 영감은 어딘가 김매러 가는 길이었다. 나를 보자마자 할 일부터 챙기는 영감을 나는 멀건이 쳐다보았다. ..
귀촌일기- (8)임자 임자 (8회) “나, 책 몇 권 가져왔슈.” 버갯속 영감은 천천히 보자기를 풀었다. “내가 모아둔 건디... 이제사 임잘 찾았네그려 잉.” ‘泰安郡誌(태안군지)’, ‘태안읍지’, ‘生活漢字(생활한자)’, ‘사자소학’, ‘家庭儀禮(가정의례)’, ‘家禮百科(가례백과)’, ‘예절일기’, ‘소..
귀촌일기- (7)인연 인연 (7회) 반년이 지난 시월에 일단 준공을 했다. 우선 집 안에 이부자리를 펴고 잘만 하게 되었다. 태안읍 사무소에서 우편으로 준공 승낙서가 날아왔다. 군청에 들러 공과금을 낸 다음 등기소에 등기를 마쳤다. 세금을 내며 이처럼 기분 좋기는 처음이었다. 나는 맨 먼저 ‘용상(龍床)’..
귀촌일기- (6)입장료 입장료 (6회) ‘김 사장네 안건’이 상정되자 늘어졌던 분위기가 바뀌었다. 문 반장의 제안 설명에 이어 곧장 토론이 벌어졌다. 토론은 당사자인 우리 내외를 아랑곳하지 않고 사무적이었다. 나는 면전의 시시비비가 껄끄러워 자리를 피할 가 했으나 마땅치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집사..
귀촌일기- (5)반상회 반상회 (5회) 상량은 했으나 장마가 코앞에 있어 여전히 마음이 급했다. 지붕 공사가 시작되었다. 마룻대에 서까래를 걸치는 일이 여러 날 이어졌다. 벽난로 공사와 지붕공사는 함께 진행이 되었다. 벽난로 연통이 기와지붕 위로 나와야 하기 때문이었다. 서까래 위에다 판자를 깔아 기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