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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일기- 이 녀석들의 체험학습 "이게 고사리야." 민들레 씨도 날려보고... 데굴데굴 이슬 방울. "이 옥수수, 전번에 우리가 심은 거지." 버갯속영감님 댁에 가서 고추 모종을 가져왔다. 파김치 담글 쪽파. "고추 모종 내가 심었어요." "이건 서울 가져갈 거예요." 쪽파 다듬기 끝. "좀 쉬어야지." 밭에서 파낸 쪽파를 나르고, ..
귀촌일기- 풀독 밤 새 가려웠다. 잠결에 긁기도 했다. 왼쪽 팔 안쪽으로 빨간 발진이 많이 생겼다. 4년 전에 걸렸던 쓰쓰가무시가 떠올랐다. 하루 병원에 입원하는 등 보름동안 고생을 했기에 읍내 나간 김에 병원을 둘렀다. 풀독이란다. 연고 하나를 간단히 처방하며 부지런히 바르란다. 나는 장갑을 잘 ..
귀촌일기- 흙에 살리라 커튼을 다 닫지않는다. 새벽이 오는 모습을 보기위해서다. 굳이 창문을 열어 바깥을 내다보지않아도 안다. 추운지 더운지 맑은지 흐린지 비가 오는지 눈이 오는지. 바람부는지. 커튼에 스며오는 빛의 질감으로 유리창에 부딪치는 소리로 자연을 느낀다. 시간을 안다. 커튼을 닫아버리면 ..
귀촌일기- 우리의 시골 냄새가 아름답다 누군가가 귀촌에 가장 고려해야 할 세 가지를 들었다. 3W 즉, 물(Water),일(Work),아내(Wife)를 손가락을 짚어가며 꼽는데 참으로 탁견이라 나도 몰래 고개를 끄덕였다. 집터를 닦는데는 물이 가까이 있어야 하고, 마땅히 해야할 일이 있어야 하며 가장 가까운 가족의 동의가 무엇보다 중..
시월이 가기 전에...(1) 보리 파종 시월이 가기 전에 할 일이 하나 남아있다는 걸 오늘 아침에 생각이 났다. 며칠 전 버갯속영감댁 할머니가 씨보리 종자를 주셨다. 신문지에 비닐까지 이중으로 얌전히 싼 모양새가 정갈하다. 마당이나 밭 가장자리에 적당히 뿌려두면 한 해 보리차는 걱정 없단다. 공간이 없어 짜투..
흙과 술 하늘은 푸르고 높다. 비껴쬐는 햇살이 보드랍다. 그동안 펴던 파라솔도 이젠 접었다. 서가에서 눈에 띄는 책 두 권을 꺼냈다. 하나는 가볍고 하나는 무겁다. 오래 전에 읽었던 책들이다. 읽어볼수록 새롭다. 읽을 때마다 행간이 다르게 다가온다. 오랜 친구가 따로 없다. 묵은 책도 묵은 장맛이 난다. 나..
아침 식전에 햇살이 대문에서 밀려온다. 오늘 하루 반짝 해다. 내일부터 장맛비가 크게 온다는 일기예보가 라디오에서 요란하다. 일어나자마자 며칠 전에 갖다둔 고구마 순을 다듬었다. 자칫 오늘 뜨거운 햇볕에 시들어버리면 안된다. 비가 오기 전에 우선 이것이라도 심어야겠다. 어제 감자 캔 자리에 고구마를 ..
캔버스 위의 수선화(5)-귀촌 설명회 창밖에서 후두두둑 하는 소리가 무얼 뜻하는지 안다. 새벽녘에 두어번 굵은 빗방울이 처마 가생이를 두드리며 지나갔다. 켜둔 라디오에서 마침 귀촌설명회 연사들의 이야기들이 차례로 나온다. 모두 귀촌 귀농에 성공한 분들이어서 말씀들도 잘 하신다. 천편일률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글쎄 귀촌.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