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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읍

(1921)
아,옛날이여! 마을 공동체 무너지는 소리 마을 정기총회도 생략, 부녀회 총회도 생략, 농협 운영공개도 생략... 정월대보름 마을 윷놀이도 생략, 부녀회 1박2일 봄나들이도 생략... 생략, 생략.... 모두 생략하고서 인쇄물 결산 보고서, 결산 내역서, 배당금 통지서 한 장 덜렁 나눠주는 걸로 끝. 왁자지끌 화기애애하고 따뜻했던 여러 모임들... 아, 옛날이여! 마을 공동체 무너지는 소리 뒤엔 무서운 정적이... 우한 바이러스에서 시작된 신종 바이러스 여파는 어디까지...
백화산, 흥주사의 아침 백화산 줄기의 서쪽에 태을암이 있으면 동쪽에 흥주사가 있다. 이른 아침 집사람의 한양길 고속버스터미널에 바래다 주고 돌아오다 들렀다. 마침 흥주사 입구라는 팻말이 눈에 띈 것이다. 오다가다 별 생각없이 찾아갈 수 있는 산사가 가까이 있다는 것. 천년 고찰 흥주사는 고요했다.
석양에 돌아오다 해무가 두텁게 낀 이른 아침. 서둘러 집을 나섰다. 석양에 돌아왔다. 오늘은 집사람이 모처럼 친구 만나러 한양길을 다녀온 날. 여덟 명의 친구를 음식점에서 만났는데 코로나 방역 수칙으로 네 명씩 두 팀으로 나눠 각 방에서 식사를 했다나 어쨌다나.
봄비와 손님 읍내서 손님이 왔다. 돌아갈 때 선물... 뻥튀기. 선물이라기보다 기념품이다. 별 것 아닌 것이 별 것이 되는 이런 기념품을 좋아하지않는 분은 없다. 시골살이의 서정이란 이런 것. 촉촉히 비가 온다. 납매가 젖었다. 연이어 내일은 눈소식이 있단다. 온세상이 조용하다.
뻥튀기로 63년...81세 청춘 나는 '영감님'이라 부른다. 17년 전 태안에 귀촌한 뒤 뻥튀기 단골가게 사장님이다. 올해 81세. 중학교를 나오는 둥 마는 둥 열 여덟살 때 시작한 생업 뻥튀기 외곬 인생이 여든 살이 넘었단다. 태안읍내 재래시장 주차장 옆 후미진 곳. 뻥가게가 여기 반경 30 미터를 그동안 벗어나본 적이 없다는군요. 며칠 전에 옥수수 뻥튀기하러 왔다가 너무 북적여 되돌아 나왔는데 그게 미안스러워 오늘 다시 찾았다. 올 때마다 뻥튀기 물량이 쌓여 줄을 서더니 웬 일이냐, 오늘따라 빈 깡통이 을씨년스럽다.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는 법... 뻥인생 63 년에 달관한 모습이다. 몸이 움직이는 한 청춘은 있다.
보름달과 가로등...'숲속의 정원'에서 저녁을 코로나 시절에 더우기 밤나들이로 외식을 한 연유는 오늘이 집사람 귀빠진 날이기 때문이다. 7학년3반에 편입되었다. 찾아간 곳은 '숲속의 정원'. 읍내서 남쪽으로 농업기술센터 가는 길가에서 왼쪽 언덕 위. 태안읍내 야경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백화산 동쪽으로 계곡이 깊은 냉천골에 있던 가게를 3년 전 이곳에 이전하였으나 어쩌다 내가 병원 신세를 지는 풍파에 발걸음이 뜸했다가 부러 오늘 찾은 것. 냉천골에 있을 적에 자주 들린 까닭은 '숲속의 정원'이 읍내 오가는 길목인데다 바로 옆에 통기타 라이브 가수 김 진 선생이 경영하는 버스에 음악장비를 갖춘 커피 가게가 있어 모닥불 피워 놓고 기타 반주에 맞춰 서로 노래 부르고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이렇게 절묘하게 짝을 이루었나 할 정도로 주인장 이..
늙은이들이 가는 곳 "이 늙은이들이 가는디가 워디겠쓔!? 맨날 가는 고 개지." 이른 아침에 마을버스 종점 앞을 지나가다 만난 두 분. 부슬비가 추적추적 내리는데 읍내로 나가는 아홉시 반 버스가 들어오길 기다리고 있다. "새벽밥 드시구 아침 일찍부텀 어딜 가슈?"하고 실없이 여쭈어 보았더니... 뻔할 뻔짜로 즉각 되돌아오는 대답이었다. 맨날 가는 그 곳이란, 단골 정형외과병원 물리치료실 아니면 정기적으로 약 타러 가는 약국이다.
옥수수 뻥튀기하는 날 차 안이 온통 고소한 냄새로 가득하다. 읍내서 집으로 돌아오는 차중에서 운전을 해가며 뻥튀기를 내내 먹었다. 한번 입을 대면 멈추기 어려운 게 군것질이기도 하지만 옥수수 뻥튀기가 이렇게 바싹하고 고소하긴 처음이다. 아마 내가 재배한 옥수수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 - - 가끔 밥에 섞어 먹기도 했으나 그다지 줄지않고 몇 달째 추녀밑 빨랫줄에 하염없이 걸려있던 옥수수. 오늘따라 갑자기 생각이 미쳐 뻥튀기를 하기로 했다. 마를대로 마른 옥수수를 손목을 비틀어 알갱이를 훑어내며 까기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마에 땀방울을 흘려가며 뻥기계에 들어갈 한 깡통 분량만 깠다. 앞으로 두어 번 더 뻥튀기를 할 3분의 2 정도가 남아있는 셈이다. 태안읍내엔 뻥가게가 두 곳 있다. 당연히 귀촌 이후 수시로 찾았던 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