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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하신다구요?

옥수수 뻥튀기하는 날

 

 

 

차 안이 온통 고소한 냄새로 가득하다. 읍내서 집으로 돌아오는 차중에서 운전을 해가며 뻥튀기를 내내 먹었다. 한번 입을 대면 멈추기 어려운 게 군것질이기도 하지만 옥수수 뻥튀기가 이렇게 바싹하고 고소하긴 처음이다. 아마 내가 재배한 옥수수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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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밥에 섞어 먹기도 했으나 그다지 줄지않고 몇 달째 추녀밑 빨랫줄에 하염없이 걸려있던 옥수수. 오늘따라 갑자기 생각이 미쳐 뻥튀기를 하기로 했다. 마를대로 마른 옥수수를 손목을 비틀어 알갱이를 훑어내며 까기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마에 땀방울을 흘려가며 뻥기계에 들어갈 한 깡통 분량만 깠다. 앞으로 두어 번 더 뻥튀기를 할 3분의 2 정도가 남아있는 셈이다. 

 

 

 

 

 

 

 

 

 

태안읍내엔 뻥가게가 두 곳 있다. 당연히 귀촌 이후 수시로 찾았던 단골 뻥튀기 집은 80세가 넘은 영감님 가게다. 5년 만이다. 영감님은 다름없이 뻥기계를 지키고 있었다. 먼저 와 대기하고 있는 물량이 깡통에 가지런히 담겨져 줄을 서 있었다. 손짓을 곁들여 내일 다시 오란다.

도리없이 다른 가게를 찾아갔다. 오늘 처음 찾아간 이 뻥집 주인장은 60대다. 80대 영감님 가게는 구닥다리 재래식 뻥기계가 한 대인데 비해, 스스로 개량했다는 자기자랑을 들으며 쳐다보니 우람한 뻥기계가 나란히 두 대여서 단번에 척 보아 훨씬 효율적이었다. 간단히 10 분에, 뻥 공임 5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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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엔 반드시 영감님 가게를 가야겠다. 구십 노구를 바라보는 갑갑함 답답함이야 어쩌랴. 뻥기계 꽁무니를 틀어 마무리 할 때 나는 '뻥' 소리... 연이어 퍼지는 하얀 연기... 귀를 틀어막는 긴장감... 추억을 불러 모으는 현장이 정겨운 것을. 세상만사, 효율이 좋긴 하나 운치가 없으면 그 또한 쭉정이 반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