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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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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만난 사람들 꼭두새벽이다. 당섬을 비껴 동쪽으로 난 갯골이 선명하다. 서쪽의 쌍섬은 여명에 자태가 드러난다. 도내나루로 내려가는 고구마밭에 동네 품아시 이웃들이 모였다. "이렇게 된서리가 내린다나. 시월인디." "요게가 이천평이구 조너메까지... 오늘 될런가." 날은 짧고 갑자기 찾아온 한파에 밭 주인은 고..
저녁 한때 마을 풍경 마을 한가운데 늙은 팽나무 끼고도는 높다란 공터는 동네 사랑 마당이다. 한낮에는 코끝도 보이지않더니 저녁놀 등에 지고서야 슬슬 모여든다. 손에 든 부채는 심심풀이 각다귀 퇴치용이다. 도통 바람기 한점 없다가 해 넘기니 간사지 논두렁 넘어오는 마파람이 살아난다. 수박도 있고 소주도 있고... ..
대추 반가운 소식 하나. 대추 풍년 예감. 대추나무를 버갯속 영감님 댁에서 우리집으로 옮겨심은 지 여섯해 만이다. 다 자란 나무라 장비로 파서 큰 가지는 쳐가며 심었는데 그동안 몸살이 심했다. 대추꽃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다. 지금 한창 연달아 꽃이 피면서 줄줄이 대추가 맺히기 시작한다. 대추가 ..
능금빛 세월 마당가에 사과나무가 두 그루 있다. 오년 전에 대구에서 가져올 땐 묘목이었다. 제법 자라서 티를 낸다. 볼수록 탐스럽고 푸짐하다. 햇볕에 붉게 물드는 놈도 더러 있다. 보다 못해 며칠 전에 하나 따먹어보았다. 맛이 들었다. 생각만 해도 새큼떫뜨럼한 신맛이 입안에 돈다. 재작년부터 서너 개씩 열리..
덥다 삼복이다. 오락가락 장마가 물러나자 태양이 머리 위에서 작렬한다. 동쪽 처마 끝에 비치는 햇살에서 오늘 하루가 짐작된다. 찜통더위다. 인삼포 지나 논길을 따라 걷는다. 아침이슬에 가랑이가 젖어도 새벽 산보는 삽상하다. 아침나절이 바쁘다. 열시까지 댓시간 동안 걷어내고 뽑아내고 정리한다. ..
태안의 양지 녹음이 지쳐 우거졌다. 백화산을 올랐다. 바로 밑 양지바른 산기슭이 샘골이다. 주머니 마냥 오목 잘룩한 이 골짜기가 태안의 연원이다. 볼수록 천혜의 지형이다. 태안의 지명이 실로 예사롭지않음을 새삼 알겠다. 멀리 천수만과 안면도가 보일듯 말 듯 남녘으로 드리웠다. 샘골엔 세월의 흔적은 간데 ..
카나다에서 온 메일 오늘은 특별한 날. 올해 나머지 절반을 시작하는 날이다. 새벽을 열자마자 카나다에서 메일이 들어왔다. 열흘 전에 도내를 다녀간 옛 직장의 후배다. -6월27일, 공항에 Pick- Up 나온 딸내미의 환한 웃음속에 캐나다로 돌아왔읍니다. 10년이라는 짧지않은 세월의 공백을 아무렇치도 않은 듯 단숨에 메워주..
향기만당 그건 백합이었다. 안마당에서 서재로 돌아가는 모퉁이. 향기가 먼저 밀려와 돌아보니 백합이었다. 늘 그자리를 고수한다. 있는 줄 없는 줄 모르게 올라와 어느 새 훌쩍 커버리는 꽃대. 하루 사이에 주렁주렁 매달렸다. 마당은 향기로 가득하다. 그러고 보니 대문간 길목에도 하나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