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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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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별곡 새벽 안개가 두껍게 낀 날은 서너시간 지나야 햇살을 알아본다. 처서가 지났건만 중천의 태양은 사정없이 작열한다. 그래서 이른 아침에 서둘러 하루 일은 대충 끝낸다. 부부는 일찌감치 경운기에 몸을 싣고 어디론가... 한 남정네는 약통을 메고 밭두렁에서... 저 멀리 한 양반은 논두렁에서... 바쁜 하..
빼꼼 햇살이 꼭두새벽에 비가 몰려온다. 천둥번개가 멀리서 다가오며 벌써 창가에 요란하다. 어둠을 헤앗고 앞 마루 비가림 차양을 내리고 단호박 더미는 거적을 덮었다. 그 사이에 억수로 비가 퍼붓는다. 일기예보엔 분명 오늘은 비가 없다고 했다. 어제는 개었다. 아침 햇살이 소나무 숲 사이를 찌르며 돋아났다...
허수아비는 허수아비 새벽 산보길에 버갯속 영감댁 할머니를 만났다. 도내나루터로 돌아서 내려가는 콩밭이었다. 신문지 두어 장을 길에 펴고 앉아있었다. 지팡이인지 새 쫒는 막대기인지 하나를 밭두렁에 던져두었다. "비들기 지키는 길이유." "허수아비가 다섯이나 있는데요." "다 소용없슈." "예?" "허새비 열 있으먼 뭐 ..
뭉게구름 나에겐 어른 한 분이 가셨다. 저녁을 먹고 시간을 보내다 슬슬 잠 잘 준비를 하는 데 고인의 자제로부터 전화 연락을 받았다. 올해 향년 일흔 여섯. 해질 무렵이었다. 서쪽 하늘에 흰 뭉게구름이 유난히 시선을 압도했다. 열심히 기업을 일구셨고, 일찌기 교회의 원로 장로로 신앙도 투터웠다. 사회적으..
카나다에서 온 메일 오늘은 특별한 날. 올해 나머지 절반을 시작하는 날이다. 새벽을 열자마자 카나다에서 메일이 들어왔다. 열흘 전에 도내를 다녀간 옛 직장의 후배다. -6월27일, 공항에 Pick- Up 나온 딸내미의 환한 웃음속에 캐나다로 돌아왔읍니다. 10년이라는 짧지않은 세월의 공백을 아무렇치도 않은 듯 단숨에 메워주..
가로림만의 아침 가로림의 아침은 팔봉산 능선에서 밝아온다. 도내나루로 가는 길을 돌아들면 쌍섬이다. 해조. 언제 뜰지 모르는 배들만 밧줄에 묶여있다. 어도어촌계 사람들이 하나 둘 자가용을 타고 공동작업장에 모여든다. 조개캐는 작업이 있는 날이라 도내나루는 새벽부터 바쁘다. 어제 동네가 쩡쩡 울리는 방송..
문 희와 청진옥 청진옥 해장국. 어디서 먹어도 그 맛이 안난다. 나이 탓인가. 분위기 때문인가... 단지 아련한 추억이 개미를 더할 뿐이다. 69년이라고 기억하는데... 명동 국립극장에서 야간촬영이 있었지. -미워도 다시한번- 인가 뭔가. 통금 시절이니까 밤을 새워 촬영을 했어. 문 희. 귀국 독주회에서 바이올린 연주..
월요일 새벽의 명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