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산보길에 버갯속 영감댁 할머니를 만났다. 도내나루터로 돌아서 내려가는
콩밭이었다. 신문지 두어 장을 길에 펴고 앉아있었다.
지팡이인지 새 쫒는 막대기인지 하나를 밭두렁에 던져두었다.
"비들기 지키는 길이유."
"허수아비가 다섯이나 있는데요."
"다 소용없슈."
"예?"
"허새비 열 있으먼 뭐 하간. 싹 날땐 노다지 지켜야 해유."
"........."
좀 늦게 심은 콩인데다 그나마 이제 돋아나는 콩싹을 비둘기가 먹어치운다. 보식까지
했던 터라 매일 꼭두새벽에 콩밭으로 출근이었다. 한때 동네방네를 울렸던 콩밭 공갈포는
슬며시 물러갔다.
이젠 비둘기와 직접 몸으로 부딪치는 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