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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꾸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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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일기- 메뚜기와 미꾸라지 "이갸! 밤새 내가 그리도 그리겄네." 건너마을 문 영감이 오늘 아침에 내 미꾸라지 바구니를 들여다보고 하는 말. 미꾸라지 어부로 이미 이웃동네까지 소문난 나의 미꾸라지 실력이 자못 궁금했던지 일하다 말고 멀리서 급히 달려 내려왔다. 그나마 어제는 이랬는데 오늘따라 이렇다. "논..
귀촌일기- 나는 농민이다. 태양초와 토란탕 바다낚시 한번 갔다오면 일이 확 밀린다. 내 사정을 봐가며 미리 약속하는 낚시가 아니라 당일 몇 시간 전에 갑자기 연락이 오는 통에 이걸 어쩌나 잠시 생각을 하지만 한번도 낚시를 거른 적은 없다. 어제만 해도 그렇다. 무씨를 한창 넣고 있는데 박 회장이 '오늘,뭐 할껴?' 하고 전화를 ..
귀촌일기- 추어탕과 호박잎 그리고 제피가루 추어탕 한 그릇의 추억. 어릴 적 기억이다. 미꾸라지 옆에는 호박잎이 있었다. 가시가 까끄러운 늙은 호박 잎이었다. 호박잎으로 미꾸라지를 씻었다. 미꾸라지의 끈적끈적한 비늘은 당연히 호박 잎으로 문질러 씻어야 제맛이 난다고 생각한다. 늙은 호박잎은 가을에 있다. 그래서 추어탕..
귀촌일기- 미꾸라지 통발, 헛다리 짚었다 오늘은 미꾸라지 통발 걷으러 가는 날. 엊그저께 놓은 통발이다. 언제나 그렇지만 특히나 첫 통발은 한껏 부푼 기대에 발걸음이 더 빨라진다. 하루가 다르게 초가을의 정취가 들녘에 몰려든다. 통발 다섯을 건졌더니 셋은 맹탕이다. 헛다리 짚었다는 얘기다. '허허,지대로 잡아보슈!' '야,..
귀촌일기- 토종 미꾸라지는 이렇게 잡아라(2014년 최신판) 언덕 아래 저 간사지 논에 미꾸라지가 얼마나 있을 가. 미꾸라지 철이 돌아오면 실없이 품어보는 의문이다. 처서다. 여느 해보다 첫 출조가 좀 늦었다. 준비물이라야 세 가지다. 며칠 전, 태안 방앗간에서 일찌감치 가져다놓은 깻묵이 고소한 냄새를 유지한 채 대기하고 있고, 미꾸라지도 ..
귀촌일기- 우럭, 아나고 낚시 하는 날 1. '무슨 소리여, 고기를 잡어야제.' '많이 잡아야 맛인감유' '그려, 우럭도 더위 먹었는가벼.' 이런 대화를 주고 받았다. 바구니를 꽉 채워 돌아오기가 쉬운 일인 가. 바다도 더웠다. 2. '허허, 00 떼놓고 장가 간다더니...' 기름통, 미꾸라지 이깝 가져오는 걸 잊어버렸다는 박 회장. '이제야 ..
귀촌일기- '밤이 되야 하루가 간다' 체험과 추억의 1박2일 '오늘 재미있었다.' '오늘이 아직 안갔잖아.' '밤이 되야 가는거야?' '...........' 내 뒤를 졸졸 따라오며 두 자매는 무슨 이야기인지 서로 열심히 주고받는 가운데 내가 엿들은 한 대목이다. 오늘 아침, 첫 일과인 미꾸라지 통발을 걷어오는 길이었다. 어제 김장에 이어 이틀째 이 녀석들의 추..
귀촌일기- 눈 속에 미꾸라지 통발, 자연산 미꾸라지는 언제까지 잡히나 간밤에 눈이 내렸다. 아침나절엔 잠시 수꿈해졌으나 잔뜩 찌푸린 하늘에 눈발이 날렸다 말았다 되풀이하기는 하루종일 마찬가지다. 그나마 바람이 자서 한결 을씨년스러움이 가신다. 겨울 초다듬에 계속되는 이런 날씨는 처음 본다. 어제는 미꾸라지 통발을 걷으러 가다 되돌아왔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