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갸! 밤새 내가 그리도 그리겄네."
건너마을 문 영감이 오늘 아침에
내 미꾸라지 바구니를 들여다보고 하는 말.
미꾸라지 어부로 이미 이웃동네까지 소문난 나의 미꾸라지 실력이
자못 궁금했던지
일하다 말고 멀리서 급히 달려 내려왔다.
그나마 어제는 이랬는데 오늘따라 이렇다.
"논에 물이 없슈."
벼가 익어가는 요즘은 논에 물을 빼는 때라
통발을 묻을 곳이 마땅찮다는 걸 은근슬쩍 둘러댔다.
"허긴 그류..."
들통난 내 미꾸라지 실력에 면죄부를 주는 문 영감의 한마디에
다소 마음이 놓인다.
내 첫 일과는 미꾸라지 통발 보러 가는 것이다.
오늘은 어떨가 부푼 기대와 희망으로 발걸음을 재촉하지만
조황이 매일 들쭉날쭉이다.
어제는 저기, 오늘은 여기,
점쟁이 점 치듯이 길지를 찾아 매일같이 옮겨보지만
미꾸라지가 없다.
이 넓은 논에 미꾸라지가 없다니.
양이야 적건 많건 하루 하루 집어장에 모아두면
미꾸라지는 늘어난다.
나락 논에 잡초, 피.
피 위에 앉아있는 메뚜기를 만났다.
얼마 전 수십억 마리 떼로 해남에 나타난 건
풀무치였다는데,
메뚜기도 드물다.
피 줄기에 줄줄이 코를 꿰어 잡아다
구워먹곤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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