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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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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일기- 심거봐유 버갯속 영감님 댁 할머니가 양파 모종을 심고있습니다. 바로 우리 집 뒤 밭입니다. "남았으니께 가져다 심거봐유... 심을 데 있으무.' 아침 나절에 마침 로타리를 쳤습니다. 심을 자리는 얼마든지 생겼습니다. '안 늦었슈. 지금 심거먼 봄에 한참 먹을기유.'하며 얼마전엔 쪽파 씨도 받아둔 ..
황발이의 외출 황발이입니다. 개펄에서 언덕 넘어 길 건너 앞뜰까지 한참 오셨네요. 어쩜 올 마지막 문안인사랍니다. 달랑게보다 기특합니다. 역시 허우대값을 하군요. 여기저기 왔다갔다 재롱에 같이 놀았습니다. 비 개인 햇살이 그저 따사롭습니다.
곶감 만들기 올 핸 대봉이 꽤 열렸습니다. 홍시를 기다렸습니다. 가지가 너무 늘어져가는 게 좀 불안했습니다. 몇개 따다 곶감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껍질을 칼로 깎고 꼭지를 줄에 꿰어 매달았습니다. 보름쯤 지나면 말랑말랑 달디달겁니다. 처음 만들어본 작품입니다. 그럴듯 운치가 있군요. 건듯 부는 바람에 흔..
이건 정말 봄에는 수초치기, 겨울엔 얼음구멍 낚시. 도내리 수로는 좋은 낚시터입니다. 그런데 이건 좀. 도로 가져가십시요. 그 자리에서 바라본 팔봉산과 간사지 뜰. 아름다운 산과 들. 도내수로는 젖줄입니다. 환경을 한번 쯤 생각하시지요.
귀촌일기- (31) 버갯속영감 버갯속 (31회분) 쾅! 쾅!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조금 전에 서울서 내려와 집사람과 나는 저녁 준비를 하고 있었다. 분명 버갯속 영감이었다. “어, 버갯속 영감님?” 현관문을 열자 낙조가 내린 솔밭이 시야를 메웠다. 뉘엿뉘엿 넘어가는 해를 등진 채 서있는 사람은 ..
귀촌일기- (11)척사대회 척사대회 (11회) 정월 대보름날이었다. 어민 회관에서 척사(擲柶)대회가 열렸다. 세시풍속으로 해내려온 마을잔치였다. 최근에 시들했다가 오래 만에 열리는 윷놀이라 사발통문으로 분위기를 띄웠다. 윷놀이를 언제 해봤는지 나는 까마득했다. 대회에 꼭 참가해 달라는 기별이 무엇보다 ..
귀촌일기- (10)정 정 (10회) 버갯속 영감과 대화는 주거니 받거니 아기자기한 맛은 없다. 영감이 주로 말하고 나는 듣는 편이다. 영감의 표현대로 영감은 ‘귀먹쟁이’이다. 귀에 바짝 갖다 대 소리를 크게 내야 한다. 두 팔은 물론 때로는 온 몸을 동원한다. 희한하게도 전화 통화는 거의 다 알아듣는다. 나..
귀촌일기- (9)악우 악우(惡友) (9회) “나, 얼릉 가야 헌다니께...” 버갯속 영감이 숨 가쁘게 말했다. 선걸음에 갈 참이었다. 손에는 달랑 호미 한 자루를 들었다. “오늘 말이여. 지슴매야 허거덩...” 영감은 어딘가 김매러 가는 길이었다. 나를 보자마자 할 일부터 챙기는 영감을 나는 멀건이 쳐다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