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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일기

(2950)
까마중 그 향기는 또 어땠던가. 가을 들어 한동안 흐드러지게 피었던 축대 틈새의 황국도 시들해졌다. 밭둑 가생이에 여기 저기 기세좋던 개망초 무리도 어느틈에 이젠 갔다. 반짝반짝, 오늘 야콘을 캐다 고랑에 잡초 덤불서 나온 까마중. 그리고 한떨기 까마중 하얀꽃잎. 오랜만일쎄. 이 늦은 가을에.
단감은 언제 따는가? 단감나무는 대문간 옆에 있다. 드나들다 틈 나는대로 딴다. 따고싶은 만큼 딴다.
흙냄새, 흙내를 맡으면 죽죽 줄기가 뻗기 시작한다. 기가 펄펄 산다.
기선제압? 잡초 동서로 수내수로가 가로지르는 앞뜰은 모내기가 한창이다. 나는 하루종일 제초 작업을 했다. 장독 마당, 윗밭, 아랫밭 계단을 오가며 풀을 깎는 하루였다. 갈수록 기세등등해지는 잡초. 더 이상 기고만장해지기 전에 기선을 제압할 필요가 있다. 모든 게 때가 있는 법. 더 이상 방치하면 통제불능이다. 좀 더 일찌감치 풀을 깎는다 하면서도 모종 심느라 미뤄왔다. 하루 종일 예취기를 들고서 잡초와 씨름을 했다. 잡초의 저항이 거셌다.
5.16... 그리고 만리포 사랑 오늘은 <5.16 혁명> 59주년, <4.15 총선> 한 달. 59년이 한 달 같고 한 달이 59년 같다. 59년 전 오늘, 이른 아침, 혁명공약 방송을 라디오로 들으며 중학교 2학년이었던 나는 마당에서 제랴늄꽃 화분에 삽목을 하고 있었다. 비가 온 뒤라 신발이 질척거려 밭에 들어갈 수가 없어 이 때다 ..
수박 재배의 첫 관문...순지르기 우리집 수박밭이래야 달랑 수박 모종 두 개. 재미삼아 심어본 것이다. 두어 번 내린 비에 땅 기운을 받아 줄기가 뻗어가기 시작했다. 시건방지게시리 어린 놈이 벌써 꽃을 세 송이나 피었다. 모두 수꽃이다. 뿌리에서 줄기가 뻗기 시작해 잎이 대여섯 장 되었을 때 순을 잘라주는 것...첫 ..
가랑비,이슬비,보슬비 내리는 날 가랑비,이슬비,보슬비... 오늘은 비 오는 날. 지난 주내내 밭에만 엎드려 있다가 여유가 생긴 것일까. 머리 위로 대봉 감꽃 봉오리가 보인다. 석류나무는 석류꽃 샛빨간 봉오리가 봉긋. 이팝나무 가지는 젖은비가 한없이 무거운듯 아래로 늘어지고. 모처럼 앞뜰을 걸었더니 모내기철임을 ..
비 오는 날이 쉬는 날 비가 내린다. 소리없이 내린다. 하루종일 내려도 밭고랑에 빗물이 흐르지 않으니 강수량이랄 것도 없다. 내리는 족족 땅에 스며들었다. 짬짬이 오는 비는 밭농사엔 좋다. 어제 모종을 심느라 날을 도와 바쁜걸음을 쳤던 보람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