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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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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나무 잎 감 잎이 좋다. 은은,온화하다. 질박,소박,투박하다 못해 촌스럽다. 우리 고유의 정서가 감나무에 그대로 머물러 친근하다. 불쑥 강렬함이 숨쉬고 화려함이 살아난다. 가을 햇살이 감잎을 투과한 빛깔은 자연 만이 연출하는 경이 그 자체다. 어느날 이름모를 벌레가 지나간 자국도 ..
까치밥 아랫밭둑의 감을 땄다. 마당에 있는 감나무 두 그루는 그대로 두었다. 오늘 딴 감은 곶감을 만들 작정이다. 까치밥을 나무마다 한개 씩 남겼다. 까치는 안 오고 박새 한 마리가 날아왔다.
소나무 8년 전, 이곳에 집을 지을 때다. 마을로 들어가는 길가인데다 집 터를 돋우어 택지를 만들었으므로 삥둘러 나무를 심어야 했다. 마파람이 여간 아니기에 바람막이를 겸해서라도 당연 나무다. 개나리로 집 전체의 울타리로 삼고 가장자리를 따라 감나무,배나무,사과나무,대추나무,무화과나무,석류나무,..
바람아 불어라 감자는 땅속에서 절로 큰다. 매실은 하루가 다르게 영근다. 그래서 시절이 있고 때가 있다. 배꽃,복숭아꽃이 지자 모과꽃이 피어난다. 참다래, 포도가 줄기를 뻗친다. 감나무도 돋아나는 잎새들 사이에 꽃눈을 품었다. 남은 건 무화과와 대추나무다. 늦둥이들이다. 오늘, 바람아 불어라.
까치밥 감 따기. 과거로의 여행이랄가 추억 따라잡기랄가. 해마다 하는 일이지만 신 난다. 옛날 옛적에 / 감 따러 / 감나무에 올라갔다가 / 느닷없이 / 가지가 부러지는 바람에 / 혼비백산한 적이 있었지./ 아니야, 까치밥으로 두기로...
단감 역시 가을은 노랗다. 감이 그렇다. 가을은 감이다. 평석에 걸터앉아서 감을 깎는다. 새하얀 감똘개가 엊그제께, 풋감이 떨어져 나딩굴던 그날이 어젠데. 서리 내리고 이제사 샛노란 단감이려오. 연하디 연해 손끝에 절로 부서진다. 하, 이 녀석이 먼저 달겨드네. 눈 깜짝할 새 단감 껍질을 다먹어치웠네..
감똘개 첫 감꽃이 피었다. 감꽃 떨어진 걸 감똘개라 했다. 주워서 먹기도 하고 긴 풀에 꿰어 목걸이도 했었다. 올해 처음으로 감꽃이 달리기 시작하는 나무가 많다. 주로 어린 나무이나 그동안 허우대 값을 못하다 이제사 정신을 차린 놈도 있다. 감나무는 모두 열댓 그루. 작년까지는 대봉이었는데 올핸 흔히 ..
정월 대보름날 정월 대보름이다. 부슬부슬 비가 내렸다. 태안군 소원면 시목리. 태안서 만리포가는 길도다. '범죄없는 마을'로 기억에 남아있었다. 우연한 기회에 실로 수십년 만에 달집 태우기에 참여했다. 겨우내 날렸던 방패 연을 달집에 걸었던 어릴 적의 기억이 아롱삼삼하다. 윷놀이, 부럼깨기, 다리밟기, 귀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