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소나무

 

 

8년 전, 이곳에 집을 지을 때다. 마을로 들어가는 길가인데다 집 터를 돋우어 택지를 만들었으므로 삥둘러 나무를 심어야 했다. 마파람이 여간 아니기에 바람막이를 겸해서라도 당연 나무다.

개나리로 집 전체의 울타리로 삼고 가장자리를 따라 감나무,배나무,사과나무,대추나무,무화과나무,석류나무,오동나무,개복숭아,벙구나무,동백나무,배롱나무,은행나무,뽕나무 그리고 매실나무가 둘러섰다. 나무 종류가 다양하다. 어차피 나무는 자라므로 큰 나무를 굳이 심을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집에 온 어떤 분은 어딘가 허전했던지 소나무를 심어보라고 했다. 짐작컨대 체격과 풍채가 당당한 소나무를 염두에 둔 권유였다. 바로 이웃집에서 우리집이 빤히 보이므로 장차 시야를 차단하기 위해 심은 소나무가 몇 그루 있었으나 그 정도는 눈에 띄지않았던 것이다. '자연경개가 온통 해송인데 집안에 굳이 큰 소나무 몇 개 심을 필요가 있습니까'하고 내가 말했던 게 생각난다.

 

 

 

 

 

세월은 나무를 키운다. 그 사이 무질서하리만큼 울창해졌다. 내려다보이는 간사지 뜰이 잘 안보일 정도다. 당초 생각했던 방풍의 효과를 낼뿐 아니라 유실수는 꽤 먹음직스러운 과일을 철따라 내놓으며 제구실을 하는게 대견스럽다. 여름날 멀리서 보면 중앙의 느티나무는 특히 우뚝하고 가을바람에 시눗대 사각거리는 소리를 들으면 자연과 대화를 하는 것 같다. 보는 것 느끼는 것 만으로 뿌듯하다.

 

 

 

태안하면 해송을 떠올리듯 충청도 아니날까봐 도내리도 해송들이 처처이 들어찼다. 남쪽으로 웅장한 해송들 위로 백화산이 보이고 동쪽에는 해송을 머리에 인 꿩바위를 비켜지나 팔봉산이 늘 그자리에 있다. 일년내내 소나무들 틈새로 해가 뜨고 병풍처럼 둘러선 상수리나무 숲으로 해가 진다.

 

 

 

 

 

 

 

 

 

 

 

'도내리 오솔길'의 처음과 끝도 소나무 숲이다. 오히려 너무 가까이 있어 있는 소나무들이 있는 줄 모른다. 해송을 볼 때마다 우리 주위에는 소유하지않고 누릴 수 있는 게 너무 많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