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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 대보름날

 

 

  

 

 

정월 대보름이다.

부슬부슬 비가 내렸다.  태안군 소원면 시목리. 

태안서 만리포가는 길도다.  '범죄없는 마을'로 기억에 남아있었다. 

 

우연한 기회에 실로 수십년 만에 달집 태우기에 참여했다.  겨우내 날렸던 방패 연을 달집에

걸었던 어릴 적의 기억이 아롱삼삼하다.

윷놀이, 부럼깨기, 다리밟기, 귀밝이 술 마시기, 더위팔기로 마을이 똘똘 뭉쳐 시끌벅적했던

우리 최대 명절이다.

 

 

 

 

 

 

 

학교 운동장에는 거대한 달집이 자리를 잡았다.  저만치에 불 자동차도 보인다.  그 옛날

불씨를 아낙들이 가져간 다음 남정네의 휴대 소방수로 일제히 둘러서서 불을 껐지.

 

꽹과리, 북소리에 절로 신명이 난다.  지신밟기, 강강수월래로 이어지는 축제의 마당이

시작되었다. 

강당에서 학생 학부형들이 삼삼오오 자리를 펴고 앉아 준비해온 저녁을 일찌감치 먹었다.  

 

 

 

  

 

 

 

시목 초등학교.  그야말로 감나무가 교목인 시골 국민학교다.  개교가 나와 동갑이다.

우연이다.

 

몇 달 전 이런 기사를 보았다.

'이젠 바다가 블루칩이다. 가로림만을 지키자.'

전국 학생과학 탐구 동아리 발표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테마이다. 그것도 초등학생

작품이었다.  바로 저기서 쥐불놀이 하는 녀석들이다.

 

 

 

 

 

올해  바른 품성 5운동 시범학교로 선정된 것도 우연이 아니다.

학생 60명 남짓에 선생님이 여덟분이다.  학교 시설이나 환경 미화를 미루어 교육에 대한

열정이 짐작된다.

 

"할머니, 여기 장갑요. 고맙습니다."

여 아이가 다가와서 말했다.

쥐불놀이 할 때 마침 차에 실려있던 실 장갑 몇 개를 나눠주었었다. 이런 예의범절은  하루

아침에 우연이 아니다.

 

  

'교사의 손길 한번 더, 교사와 대화 한번 더.'

'학교는 놀이터, 배움터, 성장터' 라는 교장 선생님의 말씀이 싱그럽고 풋풋하다. 

지난 해에 이어 달집태우기를 하고 쥐불놀이, 지신밟기를 왜 하는가. 

스승은 행동하고 제자는 실천했다.  그리고 자모들은 땀 흘려 도왔다.

 

소진해가는 달집의 뒷불을 쪼이며 교정을 다시 돌아보았다. 

구름 걷힌 동산에 보름달이 힘차게 떠올랐다.

 

돌아오는 차 중에서 집사람이 말했다.

"도리없이 할매됐네...  내년에도 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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