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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방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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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물교환...옥수수와 더덕 버갯속영감님 댁 할머니가 옥수수 종자를 구한다기에 우리집 처마 밑에 걸려있는 얼룩이와 흰색 옥수수 두 개를 골라 집사람 마실길에 보내 드렸더니 도라지와 더덕 종근을 보내왔다. 마침 오늘 밤새 비가 온단다. 서둘러 심었다. 시골에 살다 보면 계획에 없던 일이 사람을 바쁘게 한다.
도라지와 울타리 강낭콩을 심는 사연 아랫 밭 가생이에 도라지를 서둘러 심었다. 집사람이 동네 마실 나갔다가 얻어온 것이다. 울타리 강낭콩도 지금이 심는 계절이라며 한 봉지를 가져왔는데 예정에도 없던 일이 생겨난다. 시골의 농사란 그렇다. 종자를 주거니 받거니 어딘가에 뿌려 두고 심어 두면 언젠간 제 몫을 한다. 하양, 파랑꽃 도라지도 도라지거니와 여름이 한창 익어 갈 때 주렁주렁 매달린 얼룩이 강낭콩이 보기에 시원스럽고 탐스럽다. 맛도 있다.
쑥... "좀이 쑤셔서" " 집에 백혀 있자니... 좀이 쑤셔서... " 옥향 할머니의 변함없는 쑥 캐는 봄날의 출사표다. 안마을에서 우리 밭에까지 햇쑥을 캐러 건너왔다. 양지바른 우리집 높은 축대 아래는 동네사람들이 알아주는 쑥 밭이다. 올해도 옥향 할머니를 만났다. " 튼실 허구, 쑥이 아주 좋아유... " 바구니에 담긴 쑥을 두어 손 듬뿍 집어 나에게 준다. 오늘 저녁 밥상에는 쑥국 자동 예약이다.
왜, 뒷걸음치는지 몰랐다 앞뜰 마파람이 하도 거세서 걷기운동 코스로 마을 안길을 택했다. 버갯속 영감님 할머니가 망연자실 하듯 우두커니 앉아있었다. 아흔의 연세다. 갑자기 일어서 경사진 언덕바지를 거꾸로 기면서 내려가기 시작했다. 저만치에서 뭔가를 주섬주섬 챙겨 들었다. 일하다 벗어 두었던 윗도리다. " 에고, 힘들어! " ... .... 뒷걸음으로 기게 하는 세월이 힘들게 한다.
걸어서 동네 한바퀴 쌍섬이 보이는 어도 방조제를 지나 도내수로 방죽을 매일 걷다가 오늘은 안마을을 돌아보기로 한 건, 며칠 전 내가 써준 입춘첩이 다들 어떻게 붙어 있나 궁금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각양각색이다. 작년 입춘방이 아직 그대로인 집도 있었다. 마을 길을 돌다 보면 '추운데 차 한잔 하고 가슈!' 하는 인사도 듣는다. 문 반장네는 작년에 상량보를 내가 써준 적이 있다.
코로나 시대의 마을총회 3년만에 열린 마을 총회다. 10시 총회 전에 읍장님이 다녀갔고, 총회 끄트머리에 군수님이 다녀갔다. 올 지방선거에 출마할 예비후보자들이 줄줄이 명함을 뿌리며 눈도장을 찍었다. 마을 총회란 늘상 이렇다. 정초에 그럴싸하게 돼지머리나 잡고 소줏잔 기울여 공동체 의식을 다지는 어느 하루 잔치 분위기 마을총회였다. 코로나 시국에 총회가 열린 것 만도 다행. 한 집에 1명만 참석이라는 단서가 사전 고지되었다. 변함없는 건 마을회관 입구에 쌓여 있는 나눠줄 두루마리 휴지 더미. 관내 어느 곳에 추진되는 태양광 공사는 반대한다는 주민투표가 있었다. 郡 지원을 받기 위한 쉼터 건립 토지 구입을 위해 가구당 50만 원과 이장 반장 모조 갹출은 왈가왈부 끝에 모두 부결. 매년 가구당 마을기금 5만 원 갹출 적립 안건은 ..
미련인가 아쉬움인가... 감태 만들기 "몸이 작살났씨유." "골병들었슈." 감태 이야기만 나오면 남여 불문 쎈소리가 맨 먼저 나온다. 다들 머리를 흔든다. 자식 공부시키고 시집 장가 보내는데 감태가 한몫했다. 농어촌 복합인 우리 마을로선 감태를 만들어 내다파는 일이 농한기에 그럴싸한 수입원이었다. '죽을동 살동' 그땐 몰랐는데 그 후유증이 심각하다. 근년에 와서 다들 손을 놓았다. 호주머니에 수입이 뻔히 잡히는데도 포기하는 아쉬움이 컸다. 세월 앞에 장사 없이 늙었다는 얘기다. 지금이 감태철이다. 오늘도 눈발이 흩날렸다. 눈이 자주 올수록 많이 내릴수록 개펄의 갯골에서 자라는 감태는 달다. 올해 감태가 아주 좋다는 건 멀리서 보아도 척 안다. 이 좋은 감태를 하면서... 한두 집이 감태를 만들기 시작했다. 집에서 먹을 것만 만든다며 누구랄 ..
마실이 남정네를 귀찮게 하네... 농한기는 더더욱 마실 다니기 딱 좋다. 이제 곧 다가오는 봄이 되면 또다시 눈코 뜰 새 없다. 남정네들이 모르는 스트레스 해소, 수다. 시시콜콜 마을 정보 교환 등등... 잇점이 있다. 무엇보다도 주거니 받거니 물물 교류가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아낙네들의 마실은 또 다른 세계다. 집사람이 마실 길에 가방을 메고 나선다. 저 가방 안에 오늘은 무엇이 들었을까?... .... 한참 뒤에 전화가 걸려왔다. 무거워서 들고 갈 수 없으니 차를 가지고 와 달란다. 하던 일 만사 제폐, 달려갈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