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동네방네

(558)
부자 " 이 집, 부자네요! " 올해도 잊지 않고 버갯속영감님댁에서 육쪽마늘과 양파를 가져왔다. 무거운 마늘과 양파 망을 거실 창가 데크 바닥에 내려놓으며 하는 말. 밭에서 내가 캐다 놓은 우리집 양파 무더기를 보고 하는 말이었다. 부자라는 말이 왠지 듣기 좋다.
마실길에 뭔가 했더니... 아침에 밭에서 따다 놓은 브로콜리 두 개가 있었다. 아낙네들의 마실 길에는 누구네집 어디론 가 들고 가는게 반드시 있다.
마늘 캐기... 따라하면 된다 농가 월령을 일일이 찾아 들추어보지 않아도 남들이 하는 걸 보며 내가 해야 할 일을 안다. 오늘 걷기운동을 하며 만났다. 문 반장네 부부가 뙤약볕 아래 마늘을 캔다. 그렇다, 슬슬 우리 밭에 마늘도 캐야지.
아니 벌써, 풋고추가... 누가 왔다 갔을까? 오후 늦은 시간에 현관문 앞에 누군가가 풋고추를 두고 갔다. 하긴 집사람이 내일 동네 마실을 한바퀴 돌고 나면 절로 밝혀질 게다. 노지에서 터널 재배를 하면 한 달 정도는 빨리 수확할 수 있다. 빨강 고추도 그만큼 수확이 빨라진다.
모내기 끝낸 농부의 소감? 앞뜰은 지난주를 피크로 모내기가 끝났다. 트랙터가 쓰레질을 하고, 경운기가 모판을 실어 나르고, 이앙기가 모를 심는다. 모를 찌고 못 줄을 잡아주는 등 품앗이 모내기꾼들로 왁자지껄하던 옛날 모내기 풍속도완 달리 요즘은 조용하기만 하다. 기계화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저기 물꼬를 돌보고 돌아오는 동갑 이웃 박 회장을 오늘 소롯길에서 만났다. "도와주지도 못허구... 고생하셨쓔." 하며 인사를 건넸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글씨, 죽는 줄 알았다니께." 제아무리 기계화, 자동화, 성력화되어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힘 들기는 마찬가지.
무더위? 땅콩 밭의 농부 이런 무더위는 처음이다. 5월인데... 폭염이다. 쉬라구요? 밭둑 아랫쪽을 내려보았더니 이웃 아주머니다. 땅콩밭을 가꾸는 농부의 손길은 한시 반시 쉴 틈이 없다.
앞뜰을 내려다보다 구름도 울고 넘는 울고 넘는 저 산 아래 그 옛날 내가 살던 고향이 있었건만 지금은 어느 누가 살고 있는지 산골짝엔 물이 마르고 기름진 문전옥답 잡초에 묻혀 있네... 오후 늦은 시간, 읍내 출입에서 돌아와 차고에 차를 대고 앞뜰을 내려다보니 모내기 준비에 여념이 없는 농부. 고향 무정이라는 노래가 절로 흥얼거려지는 목가적 풍경.
5월, 농촌은 다들 바쁘다 온 마을이 남정네는 남정네대로, 아낙네는 아낙네대로 다들 바쁘다. 5월은 농번기... 나만 바쁜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