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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방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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햅쌀 안마을 버갯속영감님 댁에서 보내온 햅쌀 한 부대... 그리고 참깨 한 봉지와 고춧가루와 함께. 이른 아침에 아들 김 계장이 직접 들쳐 메고 왔다. 며칠 전에 뙤약볕 아래서 내외가 함께 손발을 맞춰 열심히 추수하는 걸 걷기운동 길에 만난 적이 있다. 콤바인으로 거둔 조생종 물벼를 말려서 정미 기계를 돌려 방아를 찧는 등 바쁜 걸음을 쳤을 것이다. 해마다 잊지 않고 명절에 맞춰 보내오는 정성이 고맙다. 긴 장마에 알곡이 여물지 않는데다 시절이 너무 빨라 한가위에 햅쌀 구경을 못할 줄 알았다.
벼농사, 추수하는 부부 추수하는 들판에서 부부란, 기다릴 땐 기다리고 도울 땐 다가선다. 말이 필요 없다. 늘 그래왔던대로 작업 지시가 필요 없다. 호들갑스럽지 않아 담백하다. 묵묵한 부부가 아름답다.
고추 따는 부부 우리집 바로 뒤는 버갯속영감님 댁 고추밭이다. 개펄 바다에 당섬을 지나 구도항이 보인다. 두어 물 째 고추를 따고 있다. 풍성하다. 유달리 오랜 장마에 올해 고춧금이 좋은 지 어떤 지 물어보고 싶었으나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귀찮게 해서는 안되겠기에 참았다.
부지런한 사람은 언제나... 걷기운동 길에 만난 '박 회장'. 이 고장의 어느 장학회 회장을 맡았던 이력으로 나는 회장님이라 부른다. 우리 마을에서 드물게 나하곤 7학년 5반 동갑내기다. 오늘따라 오토바이 꽁무니에 달고 오는게 뭐냐? 고 물었더니 갈대꽃이란다. 방 빗자루 만들면 그저 그만이라는 설명. 애살맞은 살림꾼은 이래저래 부지런타.
참외 한 개도 이웃 사촌 " 참외 있슈? " 하며 요사이 이웃이 주는 참외가 쏠쏠하다. 올해도 마찬가지... 애써 참외 농사 짓는 거 보다 얻어 먹는 참외가 더 많다.
아오리 햇사과 두 개 거실 탁자 위에 초록 사과... 웬 사과냐고? 집사람에게 물어봤더니 옆집 아주머니가 가져왔단다. 뭔가 버튼을 잘못 눌러 전화기가 도무지 켜지지 않아 집사람이 손을 봐주었다는 이야기다. 빈 손으로 오기는 그렇고 해서 사과 두 개를 비닐 봉지에 담아 들고 온 것이다. 점검 수고료? 이웃의 정의가 묻어나면서 웃음 짓게 하는 우리 시골의 따뜻한 풍속도. 새콤 텁텁하면서 아삭한 아오리 햇사과. 벌써 아오리 사과가 나올 때가 된 것이다. 이웃 80 줄 아주머니의 효도 폴더폰 전화기 때문에 여름이 무르익어 간다는 걸 알겠다. 곧 빨간 홍옥이 나오면 가을이다.
국회의원,군수도 다녀간 '경로잔치' 오죽하면 이장님도 주민 숫자를 확실하게 잘 모른다. 여기저기 집을 짓고 낯선 유입 인구가 갑자기 늘어났다. 옆집에 전입 인사라도 하면 좋으련만... 전통적인 마을공동체가 무너졌다. 마을 부녀회는 30명, 경로회원은 남자 30명, 여자 60명 해서 90 명 쯤 된다. 3년만에 경로잔치를 부녀회가 주동이 되어 열렸다. 그동안 농가 폐비닐 등 재활용 수거에서 얻은 수익금이 몽땅 부녀회 구좌에 적립되어 재분배를 할 겸, 한여름 쉼터인 마을회관 개관도 겸해 잔치를 벌인 것. 500만 원의 예산으로 150인 분의 음식을 준비했단다. 이 삼복 더위에 경로 잔치. 이런 기회가 드물어서 인지, 군수가 달려오고 도의원, 군의원, 정치 지망생까지 총 출동한 건 그렇다 치고 여의도가 이렇게 한가한가? 국회의원도 내려왔다. '..
얼마만인가? 경로잔치 이 삼복더위에 경로잔치... 고마운 일이다. 얼마전 부녀회 임시총회에서 경로잔치를 하기로 결정했다기에 이 코로나 시국에 긴가민가 했는데 마을회관 앞에 드디어 프래카드가 붙었다. 65세 이상 어르신들... 프래카드가 초대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