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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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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솔사 일기(4) 음양 봉일암(鳳逸庵) 마루 끄트머리에 종이 매달려 있었다. 예불시간 때면 스님이, 때론 처사가 옆에 놓인 나무 방망이로 종을 치는데 툭툭 마루를 두어번 울린 다음 댕댕댕 조용하게 치기 시작하다 소리를 죽이고 또 다시 조금 더 크게 치다가 이렇게 서너번 되풀이 한 다음 드디어 힘차게 종을 쳤다. 산사 ..
다솔사 일기(3) 청동화로 1970年 1月23日 (12.16) 金 晴 점심 후 절에 내려가 최범술 조실스님과 두 시간 가까이 마주앉아 얘기할 수 있었다. 스님이 말씀하신 요지는 이렇다. -민주주의--- 하지만 천 몇 백년 전 우리나라에도 훌륭한 민주주의 사상이 있었다. 즉. 원효대사가 말한 '인민이 하고싶은대로 하게 모든 곤욕 으로부터 벗..
다솔사 일기(2) 청춘의 열병 다솔사는 신라시대 창건된 사찰로 효당(曉堂) 최범술(崔凡述) 스님이 조실이었다. 효당은 이미 40대에 해인사 주지였으며, 진주에 해인중고등학교와 나중에 경남대학의 전신인 해인대학을 설립했고, 제헌의원을 지냈다. 불교계는 물론 사회적으로 거목이었다. 봉명산 아래에 위치한 다솔..
다솔사 일기(1) 봉일암 1970년 1월13일(12. 6) 火 晴 이불뭉치와 가방을 챙겨 10시20분 bus를 타고 다솔사로 들어왔다. 작년 진하 군과 처음 이곳을 찾아올 때 형색 그대로다. 카메라,몇 권의 책, 일기장, 트랜지스터를 넣었으니 제법 무겁다. 애당초 밑에 절에 있기로 하고 짐을 풀었으나 마땅치가 않아 저녁 공양 후 ..
타격상-허구연의 전보(5) 1983년. 그룹자매사 야구동호인의 제전인 제5회 그룹회장배 야구대회에서 우리회사 팀이 승승장구 하고있었다. -예선리그 B조의 우리팀은 9월18일 금성정밀을 8:3, 9월 25일 범한화재를 19:8, 10월 9일 럭키증권을 12:4, 10월23일 예선리그 마지막 시합에서 럭키엔지리어링을 25:5로 대파하고 예선리그 전승을 ..
희생번트-허구연의 전보(4) 1980년, 허구연은 고려대학교 대학원 법학부에 적을 두고 있었다. 어느 날 느닷없이 나에게 퇴직원을 내밀었다. 나는 접어서 서랍에 넣어버렸다. 내가 더 이상 말이 없자 어쩔 수 없이 그는 자리로 돌아갔다. 회사 생활에 회의감이라기보다 주위의 눈치를 살피며 일주일에 2,3일은 학교에 나가야하는 등 ..
동아방송-허구연의 전보(3) 한 여름이 가시는 어느 날이었다. 앞에 앉아있던 허구연이 의자를 돌려앉았다. 머리를 긁적이는 표정이 왠지 어두웠다. "과장님..." "............" "방송국에서 제더러... 야구 해설을 해달래는데요..." "............" 전혀 의외여서 나는 그의 얼굴만 빤히 쳐다보았다. "그런데...내일입니더." 허구연은 큰 덩치..
통금-허구연의 전보(2) 허구연을 처음 만난 그 날이 내 입사 날이다. 나는 총무부의 서무과장으로 특채 입사였다. 총무부장이 겸직하는 새마을과가 따로 있었다. 그 시절엔 관공서든 기업이든 총무과장 대신 새마을과장으로 명패를 바꾸었다. 아무래도 상투 냄새가 풀풀나는 서무과는 회사에서 일부러 자리 하나를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