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귀촌하신다구요?

(2043)
며칠 만인가? 솔밭길 이러다 툰드라... 온통 동토지대. 갈수록 온난화 된다면서 식어가는 지구촌은 몸살을 앓는다. 식자들은 툭 하면 기상이변으로 돌린다. 북극 한파라는 말에 지레 주눅들었나. 움추렸다가 여러 날 만에 걸었다. 충청도 치곤 드물게 꽤 눈이 내렸다. 솔밭길은 거진 다 녹았다. 이제 겨우 겨울 초입. 겨울은 아직 창창하게 남았다. 한 사흘 잠잠하더니 아니나 다를까, 내일 또다시 서해안 따라 눈 소식이 들린다.
햇살 동쪽 송림이 울창해 우리집 해돋이는 늦다. 중천에 햇살이 퍼지면 저녁해는 풍성하다. 금빛 노을은 덤이다. 자고 나면 눈, 눈, 눈. 시도 때도 없이 난분분 하더니 천기도 정신 차려 모처럼 갰다. 송구영신... 어느덧 세모.
국수와 백김치 수굿하게 우려낸 멸치에 뽀얀 감자 국물이 새삼 따끈하다. 하얀 국수발이 얼마전에 담가 갓꺼낸 백김치의 새콤함과 모처럼 어울렸다. 창밖엔 눈발이 하염없이 흩날린다. 매일 같이 내리는 눈으로 온 세상이 하얀데 식탁마저 하얗다. 운치가 이런 것. 시절 음식 동지 팥죽을 지나 세모 밑자락에 국수 맛도 일품이다. 세상살이 한 끼 마음먹기.
그녀는 씩씩하였다 하루 만보 걷기를 반드시 지킨다. 읍내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언제나처럼 오늘도 북창 정미소 근처에서 내려달라기에... 멀리 팔봉산 능선이 새하얗다. 마을회관을 지나... 팔각정이 있는 안마을 입구 교차로... 오르막 꽁고개를 넘으면 집이다.
보일러 동파...해는 저서 어두운데 동짓달 해는 빨리 저문다. 멀리 산마루에 불빛이 금방 다가와 아롱 아롱... 몰려드는 먹구름 낌새가 하수상 하니 또 눈이 오려나보다. 어제 내린 눈이 꽁꽁 그대로 인데... 터진 보일러 배관 A/S 손길이 바쁘다. 내일 온다더니 오늘 그나마 서둘러 와준게 고맙다. 엄동설한에 수도관 동파. 유비무환을 강조하며 나오는 단골 겨울 이야기.
'04~'22 격세지감 2004년에 귀촌, 황토 벽돌에 기와집을 지었다. 년 말 완공 무렵에 첫 눈이 내렸다. 공사판 포크레인이 그대로 보인다. 18년이 지난 오늘도 눈이 내렸다. 마당 왼쪽의 느티나무가 아름드리로 자랐다. 기와지붕의 스카이 라인이 감나무와 소나무에 가렸다. 강산이 변했다. 방금 외손녀가 대학 시험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2004년생 바로 이 녀석이다. 어느새 18년이 지났다. 청춘의 계절, 프레쉬맨이 되었다. 나는 오늘 치과에 다녀왔다. 충치를 뽑았다. 그동안 애를 맥이던 마지막 사랑니다. 앓던 이 뽑고 나니 시원하다. 그러나 왠지 섭섭하다.
동지팥죽 새알심 동지는 작은 설이다. 큰 설 정월 초하루는 떡국을 먹었고, 동지는 일찌감치 팥죽을 먹었다. 어른들이 액막음을 한다며 붉은 팥죽을 곳곳에 뿌렸던 기억도 있다. 옛날 서당에서 학동들의 입학 날짜는 동짓날이었다. 동지부터 낮의 기운이 왕성해지므로 아이들의 학문이 크게 깨우치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았다. 오랜만에 내린 폭설로 온 세상이 희다. 조용해서 좋다. 진종일 그야말로 개미 새끼 한 마리도 움직이지 않는 적막강산이다. 동지까지 며칠 남았는데 집사람이 오늘 팥죽을 끓였다. 동지 팥죽을 먹으면 한 살 더 먹는다는데... 하기야 그동안 먹을 만큼 먹은 세월, 이제사 새삼스레 팥죽 새알심 몇개가 대수인가?
함박눈이 내렸다...마을 고립 보기 드물게 몇 년 만에 보는 함박눈이다. 대략 10 센티. 오다 말다 내렸다 그쳤다... 도내리에서 우리 마을은 이름 그대로 바닷가 도내나루 쪽으로 외진 '안도내'다. 마을 들머리에 '꽁고개'가 가파르고 소나무 숲으로 그늘진 음지다. 빙판이 지면 여러 날 녹지 않아 미끄럽다. 마을버스가 종점까지 들어오지 못한다. 서해안 충청도에 폭설 예보가 계속 발효 중이다. 얼마나 더 내릴지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