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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하신다구요?

(2043)
납매와 홍매, 옥매 엄동설한이 새하얀데 안마당에 납매. 봉오리들 봉긋봉긋... 그렇다, 필때가 되었다. 화신의 전령사 중에 단연코 선두 주자다. 먼길에서 돌아오는 발길을 맨먼저 맞이해주는 건 대문간에 홍매... 수줍다. 붉다. 저만치 장독대 옆 옥매도 다같이 반갑구나.
석양에 돌아오다 도내수로가 내려다보이는 앞뜰. 땅거미 지는 저녁 노을은 푸근하고 언제나 아름답다. 이번 한양길은 고단했다.
물감태로 부친 감태 전 한겨울... 가로림만의 남쪽... 개펄이 온통 파랗다. 바다에서 걷어온 감태로 만든 감태 김은 농한기의 수입원으로 우리 동네의 특산품. 물 감태로 부친 감태전은 별미, 계절 음식. 풋풋한 해조류의 풍미가 있다.
기러기 날다 철새 기러기 떼가 앞뜰에 찾아왔다. 2,3백 마리 씩 군데군데 진을 치고 있다. 한가롭게 줄지어 날아가는 기러기가 멀리서 작아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덩치가 거위만 하다. 논길을 무심코 걷다가 옆에서 갑자기 푸더득 날아오르는 기러기 떼에 놀라 오늘도 뒤로 나자빠질 뻔했다... ... 너들 놀라게 할 내 아닌데. 해마다 이맘때면 자연과 더불어 겪는 일.
날이 풀리려나 외출 사흘만에 돌아와서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앞산 솔밭이었다. 집에서 솔밭까지는 백 미터 남짓. 솔밭 입구에 잔설은 그대로 남아있다. 당분간 큰 추위가 없다니... 이대로 슬슬 날이 풀렸으면 좋겠다.
봄 봄, 봄동 시금치 2023년 새해. 우리집 아침해는 동쪽 솔밭에서 늑장부리며 뜬다. 해돋이 첫 해맞이가 아기자기하지 않다. 겨울 초입에 한바탕 한파가 매서웠다. 드물게 눈도 자주 내렸다. 잔설마저 사라지자 시금치가 보인다. 눈 속에서 자랐다. 지난 가을에 여기저기 엉금성금 흩뿌려 두었던 봄맞이 시금치다. 봄동 햇시금치. 알게 모르게 봄은 이렇게 오는 것.
해넘이...새해 아침에 2022년 해넘이. 2023년 새해는... ... 설날 아침에 - 김종길 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뜻한 한 잔 술과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그것만으로도 푸지고 고마운 것이라 생각하라. 세상은 험난하고 각박하다지만 그러나 세상은 살 만한 곳, 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 좀더 착하고 슬기로울 것을 생각하라.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한 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어린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
도내수로 20년 올해도 철새, 기러기 떼가 날아왔다. 해 저문 종일토록 시끌벅적 요란하다. 곧 이어 얼음 구멍치기 낚싯꾼들이 몰려오면 도내수로의 겨울은 완성된다. 이렇게 한해가 가는 것. 귀촌 20년째다. 남쪽으로 보이는 앞뜰은 본래 바다였다. 가로림만의 남쪽 끝, 도내 어은 사이 바다를 막아 어느날 방조제가 생기고 수문을 만들자 도내수로와 간사지 논이 되었다. 벽해상전. 50년 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