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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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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일기- 고드름, 겨울로 가는 길(2) 冬至가 가까워온다. 한껏 남쪽으로 내려온 아침해. 오늘따라 동쪽의 솔밭 사이에서 느릿느릿 솟아오른다. 처마의 고드름이 반긴다. 소상남반이 이럴 수가 보름내내 뼈마디가 시린 한파였다. 이제 지붕에서 눈이 녹아내린다. 고드름.
월동(5)- 코다리 다섯 코의 코다리가 처마 밑 대나무 걸대에서 걸려있다. 불어오는 바람에 삐들삐들 비껴쬐는 햇살에 꾸들꾸들 말라간다. 해마다 이맘 때면 읍내 조석시장에서 사다가 매달아둔다. 북어가 돼가는 과정에 마르는 정도에 따라 먹는 방법과 맛이 다르다. 열흘 정도 슬쩍 마른 건 칼로 ..
무 밥, 무시래기 밥 무 시래기를 보면서 무 시래기 밥을 생각한다. 무 밥도 많이 먹었다. 험준한 보릿고개를 힘겹게 넘던 시절, 어린 마음에 정말 먹기 싫었던 무 밥이었다. 호화롭게 만든 무 시래기 밥, 무 밥이 이젠 별미 음식으로 하늘 높이 떴다. 건강면에서나 영양학적으로 분석한 도표를 보면 선..
시월의 마지막 날에...장미 한송이 보름동안 쉬엄쉬엄 캐던 고구마는 오늘로 다 캤다. 모과나무에 거름을 날라다 부었다. 김장배추 무 쪽파 갓 상치에 물을 주었다. 추어탕 만든다길래 미꾸라지를 다듬었다. 삽도 나도 잠시 쉰다. 처마 아래엔 울타리 강낭콩이 빨갛게 여물어 간다. 노오란 강낭콩 잎사귀가 가을 햇..
피어라,박꽃 어느듯 태우는 계절이 되었다. 이웃은 며칠 전부터 들깨 추수에 들어갔다. 아직 덜익은 듯한 들깨를 낫으로 꺾어 여러날 말리더니 어제 하루종일 두드려 들깨알을 털어냈다. 서둘러서 타작이 드디어 오늘 마무리 되었다. 곧 비가 내릴 거라는 일기예보가 있었기에 보는 내마음이 더 되다. 이제 한숨 돌..
박과 뒤웅박 박 하나가 영글어 간다. 올들어 첫 박이자 마지막 박이다. 처마 밑 차양 아래로 뻗어간 박 줄기에 언제 열린지 몰랐는데 박이 커지자 아래로 처지기 시작했다. 뒤웅박 속에 넣어두었던 박씨를 봄에 꺼내 모종을 키워 이웃에 나누어 주기도 했다. 줄기는 무성하고 초여름부터 박꽃이 많이 피었다. 그러..
해후 올핸 과연 만날 수 있을가. 칠월 칠석에. 해마다 이런 생각을 하며 씨를 뿌려 싹을 틔우고 어린 모종을 심었다. 3년 전에 딱 한번 만났다. 처마밑을 타고 오르는 박 이야기다. 양쪽 기둥에 매준 줄을 따라 올라온 박 줄기가 처마 한 가운데서 만나는데 그 날이 7월 7일 쯤이어서 구덩이를 파서 어린 박 모..
강풍주의보...모내기 준비 끝 앞뜰 간사지에 트랙터 경운하는 소리가 며칠째 요란하다. 가끔 내려서 논두렁도 살피고 물꼬도 점검한다. 개구리가 열 올려 울어주면 모내기철이다. 땅거미 내릴 무렵부터 처마 밑 풍경이 요동치더니 밤새 바람소리가 요란했다. 그 바람에 개구리 우는 소리가 사라졌다. 트랙터에 놀란 걸가, 마파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