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듯 태우는 계절이 되었다. 이웃은 며칠 전부터 들깨 추수에 들어갔다.
아직 덜익은 듯한 들깨를 낫으로 꺾어 여러날 말리더니 어제 하루종일
두드려 들깨알을 털어냈다. 서둘러서 타작이 드디어 오늘 마무리 되었다.
곧 비가 내릴 거라는 일기예보가 있었기에 보는 내마음이 더 되다.
이제 한숨 돌려 밭 가장자리에 쌓여있는 마른 들깻대를 청소한다. 태운다.
불꽃이 옆으로 번지고 연기가 솟구쳐 피어오른다. 아자작 아자작 탁 탁.
요란하게 소리를 낸다. 들깨 타는 냄새가 구수하게 앞마당에 퍼진다. 농사를
마무리 하는 이즈음의 볼거리다.
잊혀지는 계절에 돌아오는 것이 하나 있다. 처마 밑에 조용히 돌아앉은 박꽃
이다. 샛초롬한 흰 꽃잎은 너무 수주워 차라리 화려하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고 어디엔 서리가 내렸다는데 무슨 일로 지금 박꽃은 피는가. 그래.
피어라, 박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