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빠르게 지나간다. 해는 점점 늦게 뜨고 햇살에 비치는 그림자는 점점 길어지기만 한다.
농촌의 일상이야 하루 이틀에 달라질게 없다. 그러나 맘이 급해진다. 둘러보면 키우고 갈무리하고 정리해야 할 들이 온통 깔려있다. 서둘러서 될 일도 아니다.
배추,무,쪽파,갓 김장거리 채소는 하루가 다르게 자라준다. 요사이 가물어서 물을 주어야 한다. 여름 내내 긴 장마 끝에 찾아온 가을 가뭄이다.
채소에 물을 주다보니 지나가는 길에 줄지어 서있는 매실나무를 지나칠 수 없다. 나문데 뭘 하며 소홀히 하다가 작년에 매실나무 서너그루를 말라죽였다.
한낮 뙤약볕은 여전하다. 밀쳐두었던 파라솔을 펴서 더위를 식힌다. 온 동네 마늘밭엔 스프링쿨러를 돌리기에 눈코 뜰새가 없다.
자연이란 인간이 맞설 대상이 아니라는 걸 새삼 느낀다. 농사는 하늘이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