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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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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일기- 까치밥, 미워도 다시 한번 산새들이 날아든다. 갈수록 야박해지는 세상. 새들이 먼저 알아 갈수록 극성이다. 늦은 가을의 정취. 나무에서 저절로 익어가도록 놔두면 좀좋으련만 가만두지 않는다. 익는족족 산새들 차지다. "새들한테 다 줄라면 우리나 따게 하지!" 동네 아낙네들의 눈독 성화가 입으로 입으로 내 귀..
귀촌일기- 어촌계 패션, 바지락 종패 작업하는 날 바지락 종패 작업을 한다는 어촌계 방송이 어제 있었다. 올해는 마지막 종패작업이란다. 해무가 깔린 이곳을 돌아서 내려가면 도내나루다. 개펄이다. 어구를 갖추고서 종종걸음으로 어촌계원들이 모여든다. 아침 7시. 압도적 다수에 완전무장한 아낙네들. 그리고 화려한 패션. 어쩐지 남..
귀촌일기- 동네표 '마실 김치'가 맛있는 이유? 이른 아침부터 전화통에 불이 나더니 드디어 의기투합 결론이 난 모양이다. 낌새로 보아 무슨 일인지 대충 알만 하다. '원재료 상호 공출 기술합작 공동 김치 담그기 구두 조인식'은 가끔 그렇게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나는 곧장 배추밭으로 달려가서 배추를 뽑는다. 추석머리 앞두고 이..
귀촌일기- 소금만 먹고 사나? 태안 마금포 소금이다. 태안반도 꼬불꼬불 긴 해안선 따라 염전이 많다. 언제인지 모르지만 아낙네들 끼리 의기투합 사발통문 합의로 차떼기 40포가 마을에 왔다. 우리집은 7포. 소금이 설탕이 될 때까지 소금독이 알아서 한다. 간수도 내리고... 3년 세월에 소금이 썩는 일은 없더라.
귀촌일기- 굴뻑 굴 집 뒤로 보이는 구도항의 불빛이 아른아른하다. 하늘에는 별도 총총하다. 근래에 보기 드문 날이다. 밤새 진도에서는 좋은 소식이 있으려나. 마실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다. 오른손에 무겁게 든 건 굴뻑이다. 저녁밥상의 변화는 마실에 기인한다는 걸 안다. 하나하나 어렵게어렵게 까서 먹..
귀촌일기- 바다가 보이는 봄, 땅콩 심는 아낙네들 집 뒤 개나리 담부랑 너머로 소리들이 요란하다. 어제 밭을 갈더니 이른 아침부터 여인들이 몰려왔다. 땅콩을 심는다. 종일 무슨 얘기, 누구 집 사연들이 저렇게도 많을꼬. '너무 힘 빼지 말유... 모리(모레) 관광 가쟎유.' 지나가던 반장님의 훈수다. '별 걱정두.' 잠시 허리를 편 아낙네의 ..
내일은 부녀회 재활용 작업일 내일은 부녀회가 주관하는 재활용품 분리 수거일이다. 봄 가을에 두 번 한다. 부녀회 아낙네들은 며칠 전부터 서로 사발통문을 주고 받으며 동원령을 내린다. 무슨 잔칫날처럼 서로 의기투합하여 희희낙락이다. 왜냐하면, 꽤나 짭짤한 수익금이 마을 부녀회 계좌로 몽땅 들어오는 쏠쏠한..
귀촌일기- 감태의 계절,어촌이냐 농촌이냐? 바다도 밭이다 이제부터 감태철이다. 올핸 풍년이라고 벌써 예감했다. 개펄에 새파랗게 자라는 감태를 보고 여름부터 기대에 부풀었다. 예상이 적중했다. 작년은 지독한 흉년이었다. 시도없이 내린 비로 바닷물이 싱거워진 탓이었다. 쏠쏠했던 주머니 사정의 아쉬움보다 겨우내 일거리를 앗아가버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