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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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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TV의 수선화 마당에 노오란 수선화가 피기 시작한다. 신혼 초기 주말 연속극 '수선화', 흑백 '테레비' 화면이 떠오른다. 현석은 기억에 남아있지 않고 장미희로 생각했는데 아니고 김영애라고 하네. 테레비를 자주 보지는 않았지만 김자옥은 늘 울었다. 김자옥으로 인해 수선화는 어렴풋이 청순가련함으로 남아있..
내포에 지는 해 뜨는 해 이화산 자락으로 지는 해. 팔봉산마루에서 뜨는 해. 차이가 뭘가.
11월의 마지막 날에
내마음의 태을동천 태안 마애삼존불이 있는 백화산 골짜기에 태을동천이 있다. 이상향과 통하는 곳이 태을동천이다. 바로 무릉도원이자 유토피아요, 파라다이스요 샹그릴라다. 그동안 집 둘레에 나무를 많이 심었다. 대지가 3면으로 길을 끼고 있어 집 안팎을 적당히 가릴 필요가 있었다. 묘목으로 울타리 삼아 심었던 ..
꽃은 꽃이다 서리가 내리는 지금, 피는 꽃이 있다. 돌팍 사이에, 그리고 마당 저기 철쭉 밑에, 이름도 모른다. 어느해 여수에서 누가 주길래 가져다 심었더니 얼마나 잘 번지던지. 꽃은 꽃이라, 입동도 개의않는 나비가 있다. 그리고 벌이 있다. 꽃이 있으면 벌 나비는 온다.
캔버스 앞에서 오늘 마음 먹고 새 캔버스를 하나 꺼냈다. 두어 달 쉰 뒤라 마음이 설렌다. 그러나 당장, 무얼 그릴가. 만추. 기다리며 생각하며 하얀 캔버스를 채워가야지.
호박오가리 이게 걸려야 가을맛이 난다. 또 한해. 호박오가리 할 때면 가는 세월을 비로소 알게된다. 어릴 적 추억의 파편들이 축늘어진 호박오가리에 주저리주저리 달린다. 말려서 타래를 만들어 소금독에 넣어둔다. 잘게 쓸어 넣어 두어번 해먹는 호박찰무리. 바로 호박 시루떡. 그 맛이야 예와 같으랴만 김이 ..
능금빛 세월 마당가에 사과나무가 두 그루 있다. 오년 전에 대구에서 가져올 땐 묘목이었다. 제법 자라서 티를 낸다. 볼수록 탐스럽고 푸짐하다. 햇볕에 붉게 물드는 놈도 더러 있다. 보다 못해 며칠 전에 하나 따먹어보았다. 맛이 들었다. 생각만 해도 새큼떫뜨럼한 신맛이 입안에 돈다. 재작년부터 서너 개씩 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