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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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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온다기에... 예취기 시즌 개막 봄 가뭄. 그동안 가물었다. 모내기 앞둔 앞뜰 논 임자건 마늘밭 감자밭 밭 주인이건 다들 비소식을 기다렸는데 비가 온단다. 우리집 부추밭도 봄철 햇살에 이파리 끝이 마르고 억세어졌다. 일단 깎아주고 나면 새 싹이 다시 돋아난다. 오늘 예초기로 이발을 해주고 퇴비를 듬뿍 뿌려주었다. 오늘 밤새 꽤나 많은 비가 내린다기에. 반가운 마음에 서둘러... 이번 비가 한바탕 지나가고 나면 마당에 풀들이 의기양양 얼마나 자랄지? 이제부터 잡초와 한바탕, 예취기의 시즌 박두. 바쁘게 되었다.
'때가 됐시유~' 뒷 모습이 누군가 했더니 수리계 김 계장이었다. 도내저수지 뚝방을 걷다가 만났다. 차를 대 놓고 열심히 전기 모터 펌프에 고무 호스를 연결하는 배관작업을 하고 있었다. 내가 다가온 인기척을 알고 일어서며 겸연쩍게 하는 말: "또, 때가 됬씨유!~" 작년이 어제 같은데 벌써 또 다시 모내기 철이 돌아왔다는 말이다. 나만 그런 가 했더니 세월 빠르 긴 다 마찬가진 모양.
세월을 읽는 법 한바탕 왁자지끌하던 모내기가 끝났다. 며칠동안 내린 비로 뽀도랑 물이 넘쳐 앞뜰은 명경알 같다. 물꼬 다듬느라 다들 바쁘다. 가을까지 벼농사의 긴 장정이 시작되었다. 앞산 솔밭길을 돌아오다보니 문반장네 마늘밭은 햇마늘 추수에 들어갔다. 여긴 심고 저긴 거두고... 모두가 엊그제 같은데 또 한 해가. 들판길을 걸어보면 세월을 가는 줄 안다.
며느리 사위 아들 딸...모내기하는 소리 언덕바지 아래는 부산하다. 모내기 하는 소리다. 안마을 박 회장네 논이다. 아들 딸 며느리 사위... 객지에 있는 자식들을 모내기에 맞춰 올해도 주말에 소집해 놓았다더니... 품앗이꾼들로 왁자하게 동네 잔치였던 모내기가 이젠 가족단위로 그나마 조용해졌다. 논갈이 써래질이나 못줄 잡아 늘어서 하던 모내기가 트랙터나 이앙기로 기계화되었기 때문이다.
비 오는 날은 공치는 날인가 어제 아침부터 서둘러 토란 모종을 심고 나니 비가 내렸다. 비가 오면 장홧발이 질척거려 밭고랑을 딛기가 성가시다. 하루종일 안개비다. 날씨 핑계 대고 게으른 놈 딱 놀기 좋은 날씨다. 그동안 밭일에 몰두하느라 두어달 만에 모처럼 걷기 운동을 했다. 조생종 벼 모내기가 끝난 논 논둑에는 여기저기 모판이 널부러져 딩굴고, 농부들이 논에 나와 미리 던져둔 모판 수를 간량하면서 모내기 준비에 분주하다. 부지런한 농부에게 공치는 날은 없다.
농부의 3고...물 주고, 풀 깎고, 심고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나라 내고향... 이라는 노랫말이 틀렸다고들 하나 해당화를 찔레라고 부르는 지방도 있다는 사실을 알면 고개를 끄떡이게 된다. 밭 주위에 찔레꽃이 만발했다. 불어오는 바람에 찔레꽃 향기가 밀려온다. 토란 모종을 심었다. 농부가 하는 일... 물 주고, 심고, 풀 베기... 앞 마당 계곡 아래 간사지 논은 모내기 준비가 끝났다. 어제는 푸른 하늘, 오늘은 종일 오락가락 비가 내린다. 부슬비에도 오랜만에 걷기 운동하러 나서는 집사람.
기선제압? 잡초 동서로 수내수로가 가로지르는 앞뜰은 모내기가 한창이다. 나는 하루종일 제초 작업을 했다. 장독 마당, 윗밭, 아랫밭 계단을 오가며 풀을 깎는 하루였다. 갈수록 기세등등해지는 잡초. 더 이상 기고만장해지기 전에 기선을 제압할 필요가 있다. 모든 게 때가 있는 법. 더 이상 방치하면 통제불능이다. 좀 더 일찌감치 풀을 깎는다 하면서도 모종 심느라 미뤄왔다. 하루 종일 예취기를 들고서 잡초와 씨름을 했다. 잡초의 저항이 거셌다.
가랑비,이슬비,보슬비 내리는 날 가랑비,이슬비,보슬비... 오늘은 비 오는 날. 지난 주내내 밭에만 엎드려 있다가 여유가 생긴 것일까. 머리 위로 대봉 감꽃 봉오리가 보인다. 석류나무는 석류꽃 샛빨간 봉오리가 봉긋. 이팝나무 가지는 젖은비가 한없이 무거운듯 아래로 늘어지고. 모처럼 앞뜰을 걸었더니 모내기철임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