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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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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와 비 사이 여름도 아니갔는데 가을 장마라. 오늘 왠일로 이른 아침부터 햇살이 비친다. 어제 마른 가지 그루터기를 뽑아내고 그냥 둔 가지밭 이랑에 김장무나 마저 뿌려야겠다 하고 밭에 내려갔다. 사흘 전 토마토 자리에 뿌렸던 김장무 씨앗이 그 사이에 파릇파릇 새싹이 되어 올라왔다. 이 녀석들이 한 달 안에 촉석루 기둥같은 대왕무가 된다니... 잠시 그 사이를 못참아 후다닥 비를 뿌린다. 허겁지겁 마무리를 하는둥 마는둥 하우스 안으로 숨바꼭질 하듯 긴급 대피했다. 몰려오는 먹구름이 심상치 않다.
밭이 부르면 언제든지...김장 대왕무 씨 토마토 가지가 말랐다. 뽑아낸 자리에 김장무 종자를 심었다. 심고 거두고 뽑고... 변화하는 계절은 농부를 가만 두지 않는다. 바깥은 이른 아침부터 주룩주룩 비가 내리고... 비가 그치면 밭이 나를 불러낼 것이다. 밭이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가는 농심.
COVID-19와 김장배추 농사 올핸 김장배추가 밭에 아직 그대로 있다. 해마다 김장무와 배추 농사를 빠뜨리지 않고 짓는건 재배 자체가 즐겁기도 하지만 나눠먹을 누군가가 있기때문이다. 해마다 김장철이면 읍내 노인복지회관에 기증을 해왔는데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복지관 식당이 폐쇄되어 우리밭에 무 배추가 갑자기 남아도는 것이다. 집사람이 신세를 지는 안마원에서 마침 김장을 한다기에 튼실한 놈들을 골라 몇 개 오늘 뽑아다 주었다. 코로나 시대에 갈 곳을 잃은 배추... 그나마 홀가분하다.
김장은 언제 하나? 배추와 김장무 배추밭에 배추는 결구가 되어 속알이 들어차고 대왕무는 장독처럼 되었다. 자랄대로 자라고 클대로 컸다. 날씨가 영하로 곤두박질을 치자 온동네 집집마다 알게 모르게 김장 준비에 잰걸음들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경운기를 동원해 도내나루 바닷물을 물통에다 퍼와서 큰 고무다라에 배추를 절였던 모습은 지난 옛이야기로 서서히 사라지는듯. 우리집은 김장을 안하는 걸로 방침을 굳혔다. "밭에 무, 배추 있겠다 그때그때 조금씩 담가 먹으면 되는 거지..." 하며 집사람이 일찌감치 선언을 했다. "애들이 가져다 먹냐?... 달랑 두 식구에... 괜시리 번잡키만 하구... " 허긴 그렇기도 하다.
귀촌일기- 나는 농부다 외출에서 돌아와 해거름 느지막한 시간에 밭에 내려간 건 며칠 전에 심고 뿌린 모종과 종자들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김장무 씨앗이 어느새 움이 터 파랗게 올라왔다. 쪽파도 새 순이 돋았다. 김장배추 어린 모종도 뿌리를 내리는 모습이다. 가을 햇살에 이젠 부쩍부쩍 자랄 일만 남았다. ..
귀촌일기- 김장배추 모종 심는 날 오랜만에 모종시장에 나타난 나를 보자 오늘도 '모종아지매'는 환하게 웃는다. 내가 태안에 귀촌하기 전, 이미 오래 전부터 쌓아온 경력으로 읍내 모종시장을 평정하다시피한 <평천 모종상회>의 사장님이지만 '15년 단골'이라는 이름으로 나는 '모종아지매'라 부른다. 김장 배추모종..
귀촌일기- 김장무 다섯 개 어제 저녁 무렵이다. 나는 저쪽에서 한참 대봉감을 따고 있는데 이웃집 아주머니의 소리가 들려왔다. "여기, 무 놔두고 가유..." 조금 있다 돌아와 보니 김장무 다섯 개가 마당에 놓여있었다. 올핸 내가 농사를 안짓는다는 걸 알기에 다몬 무 몇 개라도 배추 한 포기라도 나눠먹는 동네 인..
귀촌일기- 새벽 산봇길에 뽑은 무 어둠이 걷히는 희꿈한 새벽. 달이 가로등 위로 떠 있다. 바닷가 무 밭에 무가 하루가 다르게 자란다. 뭇서리에 일교차가 클수록 무 통 커는 속도가 붙는다. 입동 김장철이 가깝다는 얘기다. 그 중에서 하나 쑥 뽑아서 들고 집으로 왔다. 당분간, 내년 봄까지 통 무 사먹는 건 끝이다. 팔봉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