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고향

(27)
귀촌일기- 고향생각이 난다, 아침안개를 보면 저 아래 알뜰 수로에 물안개가 피어난다 남강 건너 안개낀 강 모래의 긴 백사장 대나무밭 그 까치떼 생각이 난다 새벽안개 자욱할 때면
고향 아지매 밥상 앞에서 가는 세월을 읽다 얼마 전 고향에 가서 만난 아지매. 나보다 나이가 아홉 살 많은 이모뻘 아지매다. 고향에 가면 늘 아지매 집에서 잔다. 아지매는 나를 업어서 키웠다. 체구가 작은 아지매가 상대적으로 토실하고 무거웠던 나를 업었다면 보나마나 내 다리가 땅에 질질 끌렸을 것이다. "하모하모. 그래도 ..
귀촌일기- 화력발전소, 세월에 부대끼면 자연이 된다 시골 방앗간을 지나노라면 통 통 통 발동기 소리에 맞춰 올라가던 도나츠같은 연기가 기억에 새롭다. 가을걷이가 끝나는 입동 무렵 해거름 때 든든히 지피는 토담집 굴뚝의 장작 군불 연기로 우리는 고향을 말한다. 연기가 고향이자 향수다. 연기가 사라졌다. 얼마 전 서울 갔다가 오랜만..
귀촌일기- 추어탕엔 역시 제피가루, 고향서 온 택배 제피가루가 떨어져간다. 추어탕을 자주 만들어먹다 보니 어느새 그렇다. 추어탕을 먹을 때 흔히 말하는 산초가루는 틀린 말이다. 경상도에서는 '제피'라고 하고 '계피'라고도 하는데 발음이 조금 불분명하다. 지금까지 먹은 제피가루는 3,4전 고향에 갔을 때 집안 아지매가 싸준 꾸러미 중..
구아바와 소나무 아열대 남미가 고향인 구아바 나무가 현관에서 간신히 햇볕을 쬔다. 지난해 겨울엔 거실로 들여다놨더니 때아니게 새싹이 나는 바람에 새 가지는 말라죽고 다시 나서 늦가을에 가서야 겨우 구아바를 맛보았다. 올 겨울은 어정쩡하게 현관에서 겨울을 보낸다. 웅크린 모습이 궁상..
메주의 향기 촌스럽기는 메주 만한 게 더 있나. 메주에서 슬슬 아름다운 향기가 난다. 메주가 하는 말- 나도 고향이 있다. 처마 밑에 볏짚 네가닥에 매달린 메주가 갈수록 묵직하다. 메주가 마르다 뜨고있다. 쩍쩍 갈라진 틈새로 보일듯 말듯 하얀 균주가 실낱처럼 피어난다. 메주에서 무슨 향..
마음의 고향 시골에 찾아오시는 분들이 꽤 있다. 서울에서 차를 달려 두어 시간이면 말이 그렇지 먼 길이다. 계절의 정취와 때론 시골의 맛에 감동한다. 며칠 전에 외국에 거주하는 집사람 친구 몇 분이 삼년 만에 다녀갔다. 오랜 만의 귀국길에 시간을 쪼개 다시 찾아주었다. 어느듯 집사람 친구도 내 친구다. 그렇..
방아의 고향 현관 앞에서 뒤안으로 돌아가는 길목에 방아밭이 있다. 보라빛 꽃이 지금 만발했다. 방아도 내년을 준비하는 것이다. 씨를 맺어서 떨어지면 내년 봄에 새싹이 돋아나 여름내내 무성하게 방아밭을 만들어줄 것이다. 해마다 저절로 방아밭이 늘어난다. 내가 해주는 거라고는 물을 자주 주는 것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