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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방아의 고향

 

현관 앞에서 뒤안으로 돌아가는 길목에 방아밭이 있다. 보라빛 꽃이 지금 만발했다.

방아도 내년을 준비하는 것이다. 씨를 맺어서 떨어지면 내년 봄에 새싹이 돋아나

여름내내 무성하게 방아밭을 만들어줄 것이다. 해마다 저절로 방아밭이 늘어난다.

내가 해주는 거라고는 물을 자주 주는 것 뿐이다. 오다가다 가끔 퇴비를 주긴하지만

다른 작물에 비하면 신경을 덜 쓴다. 그래도 기어코 잘 자라주는 게 고맙고 신기하다.

 

 

 

 

곽향, 배초향이라고도 하고 코리언 허브로 깻닢과 방아를 지칭하기도 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나에게 방아는 그저 방아다. 시골에서 어릴 때부터 길들여진 입맛은 투박하게

방아로 대표되고 살아있다. 부침개, 장떡, 된장찌개, 보신탕에 이 녀석이 들어가야 제

맛이 난다. 방아꽃 튀김도 바삭바삭 그럴싸하게 맛있다.

오늘도 소풀에 방아 한웅큼을 숭숭 썰어넣어 부친 부침개 소풀전을 안주로 막걸리 한

잔을 마신다. 밭일 한 뒤 새참이다.

 

 

방아를 잘 아는 지인들이 부러워하는 우리집 방아는 7년 전 서울의 아파트 단지 안

구석진 어느 화단에서 두어 그루 가져온 것이다. 남도를 고향으로 둔 주민 누군가가

고향에서 갖다 심었을 것이다. 얼마 전 그 현장을 일부러 가보았다. 과연 아직도

있을런지 괜히 긴장되었다.

여전히 방아가 자라고 있었다. 그동안 아파트 단지의 온갖 공사를 피하고 견뎌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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