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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꾸라지 재발견

 

 

 

미꾸라지와 추어탕이 올 여름을 지나면서 어떤 의미를 선사한다.

그동안 내가 모르는 나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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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찌기 지금처럼 추어탕을 계속해서 먹어본 적이 없다. 누구든 같은 음식을 연달아 먹으면 질리는 법이다. 

 

 

 

 

 

 

 

 

 

 

 

 

 

 

추어탕을 달포 내내 먹어도 희안하게도 입에 물리지 않는다. 신기할 정도로 전혀 의외다. 궁금한데 그 이유를 모르겠다.

 

 

 

 

 

 

 

 

 

 

 

 

 

첫 일과는 이른 새벽에 앞뜰 간사지 논에 가서 통발을 챙기는 일이다.  깻묵을 갈아넣고 미꾸라지를 걷어온다.

사흘 정도 모으면 한번 장만할 추어탕 분량이 된다. 마당 서쪽 배롱나무 아래 미꾸라지 집어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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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을 뿌려 미꾸라지 숨을 죽이고 호박잎으로 씻는 데까지 내몫이고 그 다음은 집사람 순서다.

배추시레기,고사리,토란대,호박잎이 넉넉히 들어간 추어탕은 뽀얀 국물과 함께 맛깔스럽다.  거의 우리 텃밭에서 나온 재료여서 더욱 그렇다.  붉은 생고추와 마늘을 다져넣고 제피가루 듬뿍 뿌리는 과정 또한 풍요롭다. 

내가 농담을 했다. 이 정도면 추어탕 명예의 전당에 올려야 한다고.

 

 

 

 

 

 

 

 

나도 나를 몰랐던 나.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추어탕의 진맛을 이제야 알았다. 

그러나저러나 점점 논에 물이 말라든다. 벼가 익어감에 따라 미꾸라지 철이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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