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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고향 아지매 밥상 앞에서 가는 세월을 읽다

 

 

 

얼마 전 고향에 가서 만난 아지매. 

나보다 나이가 아홉 살 많은 이모뻘 아지매다.

고향에 가면 늘 아지매 집에서 잔다. 

 

아지매는 나를 업어서 키웠다. 

체구가 작은 아지매가 상대적으로 토실하고 무거웠던 나를 업었다면 보나마나

내 다리가 땅에 질질 끌렸을 것이다.

 

"하모하모. 그래도 잘도 업었다아이가."

 

내가 자라오며 주위 어른들한테서 이 말을 많이 들었다. 어쩌면 제보다 더 큰 애를 싫은

기색 하나없이 업어주었다는 칭찬이었다.

 

우리집에서 장성하여 시집을 갔으므로 나는 소년기를 거치며 아지매가 해주는 손맛에

밥맛 입맛이 익었다.

 

 

 

 

 

 

 

 

 

 

 

 

 

 

 

 

 

 

 

 

 

 

 

 

 

 

 

 

 

 

이른 아침에 새벽같이 일어나 차려준 아침 밥상이다. 

그냥 밥상하곤 다르다. 

 

차려주는 즐거움이 묻어난다.  

그저 맛있게 많이 먹어주기만 바라는 아지매표 밥상이다. 

 

나는 밥상 앞에서 가는 세월 오는 세월을 읽는다.

 

돌아와 며칠 지난 지금 귓가에 쟁쟁하다.

 

"야야, 마이 무우라잉."

"이거 좀 무어보래."

"그거 잘 묵네. 더 갖다주까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