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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과 가을 사이 가는 여름의 시샘인가 오는 가을의 투정인가. 또 비가 온다네. 마루에서 말리던 고추를 대피 시켰다. 그저께 꼭두새벽에 내린 비가 148미리. 천둥번개에 이런 폭우는 처음 보았다. 내려다 보이는 간사지의 도내수로는 온통 흙탕물이다. 처마 끝 풍경이 억센 마파람에 요동친다. 가을로 가는 길목. 오늘..
마키아벨리를 위한 변명 햇볕이 따가울수록 그늘 아래서 책 읽는 재미가 있다. 때론 수박 한조각, 해질녁에는 얼음 몇알 넣은 과일주 칵테일도 그런대로 근사하다. 며칠째 손에 잡고있던 '나의 친구 마키아벨리'를 오늘 다 읽었다. 宋襄之仁 고사를 새삼 생각하게 한다. 춘추시대 홍수를 사이에 두고 송과 초가 대치했다. 군사..
허수아비는 허수아비 새벽 산보길에 버갯속 영감댁 할머니를 만났다. 도내나루터로 돌아서 내려가는 콩밭이었다. 신문지 두어 장을 길에 펴고 앉아있었다. 지팡이인지 새 쫒는 막대기인지 하나를 밭두렁에 던져두었다. "비들기 지키는 길이유." "허수아비가 다섯이나 있는데요." "다 소용없슈." "예?" "허새비 열 있으먼 뭐 ..
대추 반가운 소식 하나. 대추 풍년 예감. 대추나무를 버갯속 영감님 댁에서 우리집으로 옮겨심은 지 여섯해 만이다. 다 자란 나무라 장비로 파서 큰 가지는 쳐가며 심었는데 그동안 몸살이 심했다. 대추꽃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다. 지금 한창 연달아 꽃이 피면서 줄줄이 대추가 맺히기 시작한다. 대추가 ..
능금빛 세월 마당가에 사과나무가 두 그루 있다. 오년 전에 대구에서 가져올 땐 묘목이었다. 제법 자라서 티를 낸다. 볼수록 탐스럽고 푸짐하다. 햇볕에 붉게 물드는 놈도 더러 있다. 보다 못해 며칠 전에 하나 따먹어보았다. 맛이 들었다. 생각만 해도 새큼떫뜨럼한 신맛이 입안에 돈다. 재작년부터 서너 개씩 열리..
그래서 아름다웠다 '환단의 후예' 2006년 늦가을에 제1권이 나온 후 4년 만에 전 6권이 완간되었다. 저자는 김영태. 현재 한국소프트웨어 세계화위원회 위원장이며 (주)프리씨이오의 명예 회장으로 우리나라 IT산업의 제1세대다. LG의 전문경영인 출신이며 IT산업의 원로가 역사 대하소설을 썼다. -우리의 핏줄은 어째서 하나인가. 한민족이라는 우리의 뿌리를 되짚어 보는 책이다. '환단'은 단군의 시조인 환인,환웅,단군이며 '후예'는 바로 우리를 말한다. 자료 수집과 구상, 집필까지 10년이 걸린 장편이다. 한,중,일을 무대로 시대 배경은 선사시대부터 통일 신라까지다. 저자는 삼십 대부터 희귀한 강직성 척추염을 안고 살아왔다. 45도까지 굽어진 허리를 펴지 못하고 땅을 보며 사십 여년을 지낸 셈이다. 저런 사람에게 어떻게 대..
토마토 보시 동네는 오가는 인정으로 가득합니다. 이웃 간에 추수한 작물을 서로 나누어 주고 받습니다. "양파 좀 갖다먹어유." 옆집에서 양파 한 광주리를 받았습니다. "단호박 죄끔 가져왔슈." 어촌계장이 단호박 두 망을 오토바이에 싣고 일부러 찾아왔습니다. 육쪽 마늘 한 망을 며칠 전에 버갯속영감 댁에서 받..
서울 촌놈 니가 누고? 지금 기어가는 게를 응시하고 있다. 처음 보는 놈이다. 비온 뒤 달랑게나 능젱이, 황발이들이 가끔 마당까지 올라와서 어슬렁거린다. 정짓간에도 들어와 음식을 훔쳐먹기에 태안에서는 황발이를 도둑게라고 한다. 빼꼼이 녀석은 겁이 많다. 뭘 하는 놈인지 보고만 있다. -원, 세상에 옆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