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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방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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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옛날이여! 마을 공동체 무너지는 소리 마을 정기총회도 생략, 부녀회 총회도 생략, 농협 운영공개도 생략... 정월대보름 마을 윷놀이도 생략, 부녀회 1박2일 봄나들이도 생략... 생략, 생략.... 모두 생략하고서 인쇄물 결산 보고서, 결산 내역서, 배당금 통지서 한 장 덜렁 나눠주는 걸로 끝. 왁자지끌 화기애애하고 따뜻했던 여러 모임들... 아, 옛날이여! 마을 공동체 무너지는 소리 뒤엔 무서운 정적이... 우한 바이러스에서 시작된 신종 바이러스 여파는 어디까지...
감자 심기, 첫날 엊그제 내린 비는 나에겐 참 못마땅한 비였다. 감자 심는데 차질을 주었다. 밭갈이를 하자마자 씨감자를 놓아야하는데 예상 외로 많이 내린 비로 밭고랑에 물이 고이고 온통 진흙밭 진창이 되었다. 이틀동안 햇볕에 밭이 마르기를 기다려 이제나 하며 오늘은 씨감자 바케쓰 통을 들고 발을 들이다보았더니 아직 덜말랐다. 장화가 빠진다. 삽에 찰흙이 엉겨붙는다. 지나가던 동네 할머니도 "이따 해유. 힘들어유..." 하며 말린다. 건너편 산비탈에서 나무 베기 작업을 하던 어촌계 김 계장도 찾아와 하루이틀 더 기다렸다 하라고 거든다. 도리없다. 오늘은 이 정도로 하고 퇴각.
두부는 부지런한 사람이 만든다 두부를 만들었다며 버갯속영감님 댁에서 손두부 한 모를 갖다주셨다. 조금 뒤에 안마을 박 회장댁 사모님이 마실걸음을 하면서 두부와 도토리묵을 가져왔다. 다들 설 명절을 앞두고 두부를 만들었기에 나눠먹는 마음 씀씀이인 것이다. 명절이 좋긴 좋다. 두부 만들기는 손이 많이 잡히는 작업이다. 게다가 두부를 만들면 굴뚝엔 콩을 삶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맷돌 돌아가는 소리... 담 너머로 소문이 나기에 자칫하면 인심 사납다는 소릴 듣기 십상이다. 여간 많은 분량에 부지런하지 않으면 엄두를 내지 못한다.
감태전...남정네도 마실을 가나? 며칠 전에 나눠준 입춘첩이 어떻게 붙어있나 궁금해서 안마을을 한바퀴 돌아보았다. 대문의 구조에 따라, 주인장의 성격대로 다들 튼튼하게 잘 붙여놓았다. 김 반장네 집에 갔더니 이른 아침인데도 감태를 만들고 있었다. '이걸 갖다드릴 수도 없구 마침 잘 됐슈.'하며 나를 본 김에 주섬주섬 물감태를 한 봉지 싸주었다. 성의를 사양할 수도 없고 감태 비닐봉지를 달랑달랑 손에 들고 동네 중앙통을 지나오는 기분이 묘했다. 저녁밥상에 오른 감태전. 감태초무침, 감태나물, 감태 김칫국, 감태국, ... 차례로 식탁에 등장할 게다. 모두 이 계절의 별미. 남정네도 가끔 마실을 간다?! 마실이란 이런 것.
감태는 어떻게 만드나? 짠 소금이 달다고 느끼는 사람은 소금 맛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다. 쓴 맛 나는 간수를 뺀 10년 묵은 천일염은 달다. 감태... 쌉싸레하면서 단맛이 난다. 감태의 오묘한 맛이다. 북풍한설에 갯골에서 눈발 맞으며 자란 감태가 더 달다고 한다. 올겨울엔 유달리 눈이 많이 내렸겠다.
감태와 입춘방... 그래서 이웃사촌 봄이 오다가도 되돌아 갈 것 같은 입춘. 입춘 날씨가 왜 이래? 영하 10도다. 거실 창가에 앉아 입춘방을 썼다. 입춘첩을 쓴지 엊그제 같은데 한 해가 지난 것이다. 立春大吉 建陽多慶. 네 글자지만 해석은 마음먹기다. 저마다 좋은 뜻으로 새기면 되는 것. 집사람이 걷기운동겸 마실을 나가 다섯 집에 나눠주었다. 올해 문 반장네가 하나 늘었다. 개펄에 갯골이 시퍼래도 올해 감태는 올이 억센데다 흉작이란다. 농한기에 감태작업을 해서 짭잘하게 올렸던 수입은 일찌감치 기대를 접었고 자가소비로 먹을 것만 장만한다는 소문이다. 마실에서 돌아오는 집사람의 손에 감태가 들려있었다. 문 반장네 집에 들렀더니 오늘 처음 만든 감태를 맛이나 보라며 주더라는 것. 감태... 엄동설한의 계절 음식이다. 하마터면 그냥 지나갈 뻔했..
'도내리 감태'...추억으로 사라지다 내가 도내리에 내려올 무렵엔 물론 불과 5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맘 때면 감태작업에 매달려 온마을 집집이 정신이 없었다. 특히 눈이 많이 올수록 감태가 달다하여 그 땐 감태 값이 한 등급 올랐다. 올해 얼마나 눈이 자주 왔는가. '도내리 감태' 하면 알아주었다. 농한기에 짭잘한 수입원임에도 마을에 감태를 만드는 집이 없다. 어느새 고령화되어 중노동인 감태를 만들 재간이 없는 것이다. 가로림만 남쪽... 쌍섬이 있는 이 넓은 개펄... 갯골에 흐드러진 파란 감태를 볼 때마다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청년 귀농이 늘어나야 할 이유다.
마을 부녀회는 알뜰살뜰 부자다 화장지 뭉치가 현관 앞에 놓여 있다. 년초 마을 부녀회 정기 총회는 코로나로 생략되었기에 총회 때 38명의 회원에게 나눠주려던 기념품을 집행부에서 가가호호 일일이 배달해준 것이다. 같이 따라온 2020년도 부녀회 결산 내역서를 살펴보았더니 여간 알뜰살림이 아니다. 제돈인양 막무가내 퍼쓰기에 골몰하는 우리나라 정부 예산 당국이 한수 배워야겠다. 530만 원 흑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