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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읍

(1921)
팔봉산 제1봉 서산에 나갔다 오는길에 방향을 돌려 팔봉산을 찾았지. 나설 때 등산화를 미리 찾아신었다. 양길리 주차장에 차를 대고 슬슬 걸어 올랐다. 아침에 짙었던 물안개가 천천히 걷히는 중이었다. 싸한 찬기운이 얼굴에 부딪치고 계곡을 따라 내려오는 물소리가 귀에 요란하다. 금방 땀이 난다. 집에서 늘 건..
미꾸라지 잡으러 마침 미꾸라지 통발이 몇 개 생겼다. 얼마 전 우리동네 김 반장이 통발로 미꾸라지 잡는 걸 본 후 읍내 장에 나가면 통발 몇 개를 사올가 하던 차에 버갯속영감 댁에서 여섯 개를 얻어왔다. 미끼는 복잡하게 만들 필요없이 개 사료를 쓰면 된다고 내게 일러주었다. 당장 집 뒤 바닷가 쪽에 있는 논으로 ..
막걸리-문자 교환 -광태오매 막내 김기태입니다 실례가 안된다면 댁에 계시면 찾아뵈도 될가요 -오세유 원제든지유 이렇게 휴대전화로 문자를 교환한 후 이내 딸내미를 앞세우고 나타났다. 인천서 내려오면 가끔 나를 찾아오곤 했다. 오늘도 막걸리와 우럭 구이 한 접시, 그리고 삶은 옥수수를 탁자 위에 ..
우럭 낚시-가로림만의 하루 "오늘 뭐 할껴?" "웬일루?" "바다 갈까 허는디..." "둘 만." "대도 사장허구.알껴." "좋아유." "열시에 나루로잉, 챙겨갖구." "이깝은?" "다 있다니께." 이른 아침에 한집 건너 박 사장과 전화 통화다. 조황은 신통치않았다. 우럭 여섯 마리다. 날씨가 너무 좋은 게 탈인가. 작년 언젠가는 4,5십수를 한 적도 있으..
비, 비를 맞으며 하루종일 빗방울이 떨어졌다 멎었다 되풀이한다. 우닥비에 가끔 하늘을 쳐다보기도 했으나 아무려나 가지에 물들가. 이른 더위에 비의 감촉이 영락없이 비다. 쪼그려 앉아서 고추 곁순을 따고, 옥수수도 묶어준다. 말라가는 가지 잎도 두어 장씩 따준다. 부추밭 잡초뽑기도 이런 날이 제격이다. 모처..
캔버스 위의 수선화(4) 마당에 수선화는 지고 없어도 캔버스 안에 수선화는 다시 핀다. 자연에서 자연을 담아내는 일. 오선지에 담는 소리는 음악이고 캔버스에 그리는 빛은 그림이다. 어느 조각가의 말을 빌리자면 오늘도 나는 자연을 통역한다. 색동유화교실을 거의 한달 나가지못했다. 재롱 잔치하는 스승의 날까지 빼먹..
돈나물,쑥,냉이... 봄은 봄. 봄은 역시 봄나물의 계절. 말 만 해도 군침이 돈다. 햇살이 퍼지자 물씬 땅냄새가 피어난다. 냉이 캐는 손길이 부드럽다. 그림자마저 길어 봄날의 하루가 한결 넉넉하다. 돈나물이라고도 하는 돈냉이가 서쪽 계단 돌 틈에서 처음 보인다. 쑥이다. 부추밭에 막 돋아나는 부추는 봄볕에 여리디 ..
감태의 계절 이웃집 마당에서 널어둔 감태가 보이면 한해의 끝자락이다. 영하의 칼바람에도 물때에 맞춰 바닷길을 왔다갔다 아주머니의 발길이 분주하다. "늦었씨유." 다른 집에 비해 늦게 시작했다는 뜻이다. 일 욕심은 동네에서 알아준다. 내년 음력설까진 해야할 일이니 시간은 아직 창창하다. 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