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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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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어물전의 쓸쓸함에 대하여 재래시장에 볼일이 있다는 집사람을 따라갔다가... ... 인적 드문 겨울 시장은 언제나 을씨년스럽고 춥다. 어물전 입구 어느 가게 좌판을 한 남정네가 잠시 기웃거렸더니 '오늘은 물템뱅이가 물이 좋아유**'하며 여자 주인장이 전기 장판 깔고 앉았던 자리에서 부리나케 일어나 다가와 권한다. 그냥 올 수 없어 돌아온 집사람에게 눈짓을 해 '벌교 꼬막'을 7천원에 한 봉지 샀다. 쓰잘데 없이 번잡스레 기웃거린 죄(?)로...
운동모는 이제 그만, 읍내 전통시장 골목을 지나다가 발견한 가게 앞 좌판대에 모자들. '충청도 시골 바닥에 이런 모자가 있다니... 서울 갈 때 운동모는 이제 그만.' 하며 집사람의 권유로... 한해가 저물어가는 우중충한 기분에 날씨마저 을씨년스런데 마침 기분전환 겸 못이긴 척 하나 샀다. 흔히 말하는 도리우찌. 내일 모레 한양 나들이 길에 어디 한번.
마을버스를 타고... 마음이 모처럼 이렇게 한가로울 수가 없다. 몇 년 만에 마을버스를 탔다. 버스터미널 근처에 주차해둔 차를 찾으러 가는 참이다. 며칠 전 서울 가는 날 공용주차장이 만차라 터미널 도로변에 엉거주춤하게 주차를 해 두고 갔었다. 수백 번 다니는 길도 마을버스를 타니 안 보이던 경개가 전개된다. 평소 가보지 않던 아파트 단지도 거쳐갔다. 바로 가지 않고 둘러 둘러 가는 완행이다. 읍내 재래시장 입구를 지나는데 모종시장 거리도 일요일이라 한산하였다.
옥수수, 오늘도 석양에 물들다 오늘도 석양에 흰 찰 옥수수. 밭에서 잘 익은 옥수수를 따다가 앞 창가에 걸었던 게 지난해 늦은 가을이었다. 그동안 몇 날인가. 타는 저녁놀 짜투리 햇살에 노랗게 노랗게 다시 영글었다. 해마다 이맘 때면 서너 번 옥수수 뻥틔기로 이미 소진되었던 터. 이번 추위 풀리면 깐 옥수수 들쳐 메고 읍내 장터 허리 꼬부라진 뻥 영감 안부도 물을 겸 뻥 하러 한번 나가봐야겠다.
태안 물가...비싸다 오늘 읍내 나들잇길에 오랜만에 둘러본 재래시장. 초입의 생선가게는 파리떼를 쫒는 회전기계가 윙윙 거리며 혼자 돌았다. 삼복 찜통 무더위에 하나같이 축축 늘어졌다. ------------ 서울서 내려오는 자식에게 올 때 배추 몇 포기 사오라는 부탁을 하는 넌센스. 재래시장은 서울 가락동 농산물 시장의 경매를 거쳐 내려온 배추들. 농협 하나로마트에 감자도 서산의 팔봉산 감자가 유명하지만 역시 가락동을 거쳐온 타지역 출신이다. 자동차 기름값은 빠진다며 태안 사람들은 30분을 달려 서산 동문시장에 가서 장을 본다. 태안 물가는 자타가 공인하는 전국 최고란다. 특히나 관광철엔 완전 널뛰기다. 재래시장에서 받는 스트레스. 살려면 사고 말려면 아예 가격이고 뭐고 물어보지 말라는듯 고압적이고 불친절하다. 귀촌 17년동..
모종시장에서 농부 패션 밭에서 일 하다 갑자기 읍내출입. 장화 신고 입은 옷 그대로... 나간 김에 잠시 둘러본 모종시장은 단대목이라기엔 아직은 발걸음 숫자가 부족. 때가 이른데다 준비없이 나간 참이라 단골 가게 모종아지매와 눈인사만 나누고 몇 가지 모종 구입은 다음 기회로...
누구보다 꼼꼼하게 살림을 잘하는 주부가 있었는데 어느 날 유난히 노랗게 시든 파를 많이 사 온 것이었습니다. 평소와는 다르게 시든 파를 사 오자 딸이 물었습니다. "엄마, 오늘은 왜 시든 파를 사 왔어?" 그러자 그녀가 대답했습니다. "시장 입구에서 본인이 농사지은 것들을 팔고 있는 할머니 한 분이 계시는데 요새 많이 편찮으셨나 봐. 며칠 만에 밭에 나가보니 파들이 다 말랐다지 뭐니." 시든 파라도 팔러 나오신 할머니를 본 엄마는 돌아가신 시골 할머니 생각이 나신다면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오늘 아침, 어느 분이 e메일로 보내주신 이 글을 읽고 한동안 걸음이 뜸했던 채마밭에 내려가 보았다. 겨울잠에서 깨어난 우리집 대파 밭... ... ... 잔잔히 감동을 주는 이런 글들이 좋다. 읍내 재래..
뻥튀기로 63년...81세 청춘 나는 '영감님'이라 부른다. 17년 전 태안에 귀촌한 뒤 뻥튀기 단골가게 사장님이다. 올해 81세. 중학교를 나오는 둥 마는 둥 열 여덟살 때 시작한 생업 뻥튀기 외곬 인생이 여든 살이 넘었단다. 태안읍내 재래시장 주차장 옆 후미진 곳. 뻥가게가 여기 반경 30 미터를 그동안 벗어나본 적이 없다는군요. 며칠 전에 옥수수 뻥튀기하러 왔다가 너무 북적여 되돌아 나왔는데 그게 미안스러워 오늘 다시 찾았다. 올 때마다 뻥튀기 물량이 쌓여 줄을 서더니 웬 일이냐, 오늘따라 빈 깡통이 을씨년스럽다.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는 법... 뻥인생 63 년에 달관한 모습이다. 몸이 움직이는 한 청춘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