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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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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일기- 고무장갑 낀 남자 '늦었시유.' 옆집 아주머니의 목소리였다. 모처럼 나타난 햇살이 아까워 이 때다 하며 알타리,총각무,순무를 밭에서 뽑아와 마당에서 다듬고 있었다. 아예 대문 문짝이 없는 고로 지나다 보면 훤히 다 보인다. 그나마 날이 춥지않을 때 서둘러 김장 안하고 이제 무슨 뒷북이냐는 핀잔의 소..
귀촌일기- 두 여자의 훈수 우리 밭은 3면이 길이다 보니, 오가던 경운기가 멈추고 오토바이를 세운 이웃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종자를 뿌리거나 모종을 심고 있으면 너무 책책 심었다는 사람, 너무 빠르다는 사람, 구구각각에 각양각색으로 한마디씩 그냥 지나가는 사람이 없다. 잔소리로 들으면 참견이요 조언으..
귀촌일기- 옆집 아주머니는 쪽집게 무화과는 절로 벌어지고 호박꽃이 시들면 애호박이 자란다. 가을인가, 여름인가. 오늘도 새벽안개로 날이 밝는다. 지난 주는 무위도식이었다. 감기를 구실로 처음에는 쉬다가, 나중에는 혹시 덧칠끼봐 끝내 한주일을 괭이자루,삽자루 모두 던져놓고 지냈다. 할수록 많아지는 게 가을철 ..
귀촌일기- 김장배추 모종 심기(3) 땡땡이 9월이 왔는데도 덥다. 오늘 수묵화 교실은 땡땡이 쳤다. 제할 일을 안하고 허튼짓을 땡땡이라는데 학교는 땡땡이지만 허튼짓은 안했기에 혼자선 떳떳하다. "김장배추 내능 기유?... 쉬어가머 혀유." 누군가 했더니 건넛 박 회장네 집 아주머니가 지나가다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하긴 내 부..
귀촌일기- 마늘 캐는 마을 마늘이 풍년이라는 소리는 없다. 서민들이야 싸야 몸에 좋다는 마늘을 많이 먹을 수 있는데. 온 마을이 모두 마늘밭에 매달려 있다. 마늘 밭이 작으면 작은대로 크면 큰대로 온통 마늘 밭에서 구슬땀을 흘린다. 농사란 때가 있기에 시기를 놓치면 실농이다. "알이 작아유." 작년보다 마늘..
귀촌일기- 허수아비와 땅콩 내가 땅콩 까는 걸 갑자기 서두른 이유는 순전히 이웃 아주머니 때문이다. 어제 하루종일 아주머니는 열심히 땅콩을 심더니 거침없는 솜씨로 오늘은 허수아비를 세웠다. 하기야 설치 미술이 따로 있다더냐. 평생의 농사가 예술인 것을. 땅콩은 애당초 올해 내 영농 계획엔 없었다. 어깨너..
귀촌일기- 귀촌 주부의 하루를 엿보다 남정네만 땀 흘리는 게 아니다. 귀촌 주부도 만만치않다는 걸 오늘 새삼 알았다. 오늘은 할매급 할매들 콩국수 대접하는 날. 우리집 안에서만 통용하는 용어이지만, '아주머니급 할매'보다 '할매급 할매'는 원로급 할매를 말한다. 가끔 한창 더울 때 이맘 때 쯤이면 콩국수 날을 잡는다. 고..
귀촌일기- 내가 일기를 쓰는 이유가 뭘가? '생강밭에 가는 길이유.' '여기 타이소.' '이구, 고마배라...' '이 잡초를 다 맨다구요?' '찬찬히 매먼 될끼유.' '예?.....' '마침 잘 왔슈. 옥수수 찐 게 있응게 한번 잡숴보슈.' 가뭄에 콩 나듯이...라는 말이 있지만 콩 밭을 매는 옆집 아주머니. 그러나저러나 남정네들은 다 어디로 갔나. - - - ..